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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정원

 

 

거대한 뿌리가 땅에 뿌리박고 있는 모습의 나무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의 수명이 긴 경우도 많지만 이 작품 속에서 보인 가상의 도시 비뫼시에서 벌어지는 진행의 원천이 되는 '똬리나무'에 대한 저자의 구상력은 읽는 동안 그 실체가 마치 현제에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노년의 삶의 종착역을 달리고 있는 얀코의 회상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이야기의 서막은 천여 개의 신문자료, 자신의 기억의 회상, 정부의 문건들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들려준다.

 

 

 

땜장이 두코의 딸로 태어난 얀코는 왕가의 폭정으로 일어난 '풀무형제단의 반란'으로 아버지를 잃게 되고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맡겨진다.

 

 

 

굶주림이 일상사였던 그곳에서 난쟁이 참토의 도움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그녀는 곧 하인학교에 뽑혀  공부하게 된다.

 

 

 

 

뛰어난 성적을 보이던 그녀가 세무징수원인 닷제의 눈에 들어 하인으로 들어가고 이내 마약쟁이인 그의 아들 비나드를 대신해 대학에 들어가 식물학을 전공하게 된다.

 

 

 

 

이후 비뫼시에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광합성이 필요 없는 나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이에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과거의 비뫼시 심장부인 수도 지하에도 이런 나무가 있었고 무슨 일인지 공권력이 들어서면서 그 지역이 강화되었단 사실, 폭동과 반란을 떠올려보며 이 모든 일에 똬리나무가 관련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비뫼시에 다시 몰아닥친 무정부주의자들의 반란과 비나드와 닷제,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에 닥치는 일들이 한 편의 역사적인 현장을 겪는 일개 시민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전작인 '카르마 폴리스'도 그렇지만 저자의 세계관은 문장에서 주어지는 필력의 힘이 독특하다.

 

 

 

 철학적인 관념의 사유, 어느 시대를 연상 그려볼 수 있는 역사적인 사실들과 비숫한 묘사들, 특히 왕권과 귀족들의 대립이나 모종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압력이 힘의 논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 어느 한 개인을 타깃 삼아 거짓의 소문과 증거날조를 통해 단체를 몰살시키려는 과정들의 진행은  가상의 도시를 중심으로 우화적으로 그려낸다.

 

 

 

 

가장 압권인 부분으로 얀코가 마주친 1급 비밀문서와 알고 싶어 했던 부분인 나무의 실체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해했던  부분으로 한 편의 영상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보게 한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역사 속에 문명이 세워지고 그 문명을 토대로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문명이란 무엇이며 그 밑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근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단지 하나의 나무지만 그 나무의 뿌리로 인해 비뫼시란 도시의 근간이 떠받쳐지고 있다는  발상자체도 신선했지만 한 작품 속에 철학, 정치, 역사, 사회계급, 나무의 속성과 자연의 이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편지, 회상, 대화, 로맨스로 풀어낸  작품이라 지적인 모험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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