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재의 발굴과 이에 응하는 세계관들을 창작해 온 온다리쿠 작가의 신작을 만나본다.
이 책은 14년에 걸쳐 완성된 역작인 작가의 심혈이 담긴 작품인 만큼 독자로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다가왔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다룬 작품 속 내용은 14살의 나치란 소녀가 엄마의 고향으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절차로 캠프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국가적으로 시행해 온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우주의 공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들은 유전적으로 변질유형을 지닌 자들을 뽑아 먼 항해로 보내려는 계획을 한다.
오랫동안 마을 대대로 이런 일들을 계승처럼 이어온 나치의 엄마가 살고 있던 마을에 도착한 소녀가 겪는 모험담을 그린 과정은 뱀파이어란 소재를 삼아 그동안 뱀파이어에 대한 인식을 범우주적인 시선으로 넓혀 그린다.
나치가 엄마로부터 받은 유전형질로 인한 변이의 과정은 타인의 피를 먹어야 함으로써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신체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는 설정도 이색적이었지만 뭣보다 서양과 동양의 뱀파이어에 대한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로 서양의 뱀파이어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해 흡혈을 하지만 이 작품 속 나치를 비롯한 아이들이 받는 일명 '피먹임'이라 불리는 행위는 그 목적이 인류 구원에 있다는 점이 달랐는 점, 여기에 전통적인 동양적 세계관과 나치의 부모에 얽힌 이야기, 메아리의 정체에 대한 아야기가 함께 곁들여져 SF소설로써의 디스토피아를 색다르게 접목시킨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
-“이걸 왜 독한 장미라고 부르는지 아니?”
“아뇨.”
나치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말이지, 원래는 ‘똑똑한 장미’야. 한마디로 이건 현명한 장미.”
여자가 노래하듯 대답했다. 나치는 대조적으로,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그럼 ‘썩은 장미’는”
“어리석은 장미지.”
여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왜 어리석은 장미일까?”
여자는 나치의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그 미소를 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울고 싶어졌다.
“똑똑한 장미는 피어나서, 시들고, 어김없이 져 버리는 꽃이야. 그래서 현명한 거야.”
여자는 천천히 양팔을 벌렸다.
“하지만 어리석은 장미는 시들지 않아. 피어난 채 영원히 지지 않고, 말라죽지도 않아. 그래서 어리석은 장미라고 하는 거지.”
판타지 속성상 현재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그려냈다는 점과 특히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불안, 추리스릴러, 로맨스, 반전이 깃든 진행은 판타지의 세계 속에 그려진 각 묘사들을 통해 한층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꿀벌과 천둥'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작품 또한 탄탄한 세계관을 담아낸 것이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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