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의 갈등이 서양보다는 동양 문화권에서 많다는 것은 서로 남남인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출발하면서 겪게 되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의 위계질서 내지는 전통적인 문화권 차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저자의 이번 작품에서도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도자기 노포점 운영을 자부심 있게 운영하던 구노 사다히코와 아내 아키미, 그리고 곧 가업을 이을 아들 고헤이를 둔 그들에겐 청천 벼락같은 일이 벌어진다.
며느리와 손주가 친정에 간 사이 아들이 괴한에게 죽음을 당한 사건은 곧 범인이 며느리 소요코가 사귀던 사람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빠른 전개를 보인다.
마지막 법정 선고에서 범인이 내뱉은 말과 아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쇼오코의 남다른 행동에 의심을 두던 아키미의 생각들은 이후 매사에 며느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인간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통해 타인을 해석하고 판단하려 한다.
이 작품에서 보인 아키미의 설득력 있는 의심 부분에서도 그렇고 쇼오코가 보인 행동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점을 그린 전개는 하루아침에 며느리와 관련된 일로 아들의 죽음이란 형언할 수 없는 비애에 잠긴 엄마의 존재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며느리와의 상반된 어긋남들은 저자가 그려보고자 한 주요 부분에서 극에 치닫는다.
모든 일에 연관성이 있는 며느리 쇼오코의 성정이 그렇다고 인정하면 그녀를 이해하려는 입장이 좀 더 쉬운 길이 있었지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 반면에 쇼오코가 시부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했더라면 사소한 오해를 벗어나기에도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나 또한 쇼오코를 전부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장면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긴장감과 스릴의 추이를 지켜보려는 의도에서 그렸다면 성공은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사건의 전개상황이 조금은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아키미처럼 쇼오코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만든 작가의 심리 변화를 그린 것은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내용이 인간이 지닌 선입견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던진다.
그렇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고?, 그러면 그렇지, 정말 이것이 사실일까?, 이제는 믿기가 어렵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심의 연속성을 치밀하게 묘사한 장면들이 가족 간의 불신에 이르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p 114
고부간, 아내와 아내로서 서로의 입장, 남으로 만나 가족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가족 간의 진실게임을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그린 미스터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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