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들' 출간 이후 40년이 지나 다시 펼쳐낸 그들의 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2020년까지 자신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페미니즘 비평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 작의 시대를 넘어 그동안 여성들의 진취적인 삶의 방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자, 여성, 딸, 아내, 주부, 사회인으로서의 여러 모습으로 대변되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과거로부터 사회적으로나 관습적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들려준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짐을 알 수 있게 한다.
1950년대를 대표로 하는 전형적인 모습의 여성관을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이루고자 했던 실비아 플라스를 비롯해 에이드리언 리치, 오드리 로드, 1960년대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회분위기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란 페미니스트의 활동을 통한 성혁명에 투쟁이라고 불릴 수 있는 활동들은 가부장제도와 그 제도에 대한 부조리에 대해 그녀들만의 행동들을 엿볼 수 있다.
이어 1970년대의 수전 손택이나 앨리스 워커를 거쳐 80년대와 90년대에 이르면 친숙하게 다가오는 토니 모리슨을 비롯해 혼혈인으로서의 위치를 자신만의 주장을 글로 펴낸 글로리아 인살두아를 비롯해 정체성과 후기구조주의란 연구로 확장되는 시대를 펼쳐 보인다.
주디스 버틀러, 이브 세지윅의 연구활동은 문학적 활동에서 청학적인 담론으로 이어지며 누스바움, 스피박 캐리 길리건은 교육 쪽으로 연구를 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특히 책의 앞부분에서 다룬 트럼프 행정부에서 행한 일들과 후반부 힐러리 클린턴, 낸시 펠로시로 대표되는 현시점의 여성들의 활발한 정치적 활동은 유리천장의 벽을 깨부수는 데에 있어 과거의 페미니즘과 오늘날의 페미니즘의 변화의 흐름들을 짚어볼 수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페미니즘들 간의 의견 차이와 분리를 겪으면서도 다양한 연대를 모색하는 부분들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더욱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레즈비언, 백래시, 자신의 주된 활동영역은 물론 그 너머의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여성들의 행보는 책 제목처럼 왜 여전히 미쳐있지 않음 안되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을 들려주기에 오늘날 페미니즘 이론이나 학문이란 이름으로 붙은 여성학에 대한 발전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제한적이고 차별로 점철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나타내는 목소리만이 아닌 문화부터 정치적 변혁기를 거치면서 성적 불평들,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변화의 과정을 보인 책이다.
세기가 흐르면서 기존보다는 변화가 있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제한적인 것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페미니즘을 내걸고 주도적인 삶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의 행보는 여전히 여성들의 지난한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여성'이란 이름 속에는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란 존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과거보다는 현대의 대중문화 예술작가들 이름이 쉽게 익숙했고 그녀들이 다룬 작품 속에 담긴 내용들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물론 미처 접하지 못한 작품은 메모하기 바빴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제도적 불합리와 편견에 맞서는 행동들이 여성 연대의 힘으로 더 나은 발전으로 이뤄지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쳐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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