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이란 말을 하루이틀 듣는 말도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 보인 장면장면들마다 정치적, 제도적으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그 느낌들을 다시 드러낸 소설이다.
한때는 유망했던 검찰에서 손꼽히는 부서라 할 수 있는 서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검사였던 최수현은 초짜 검사로서 지검장을 들이받으며 옷을 벗은 현직 변호사.-
법인 주안에서 다루던 사건을 담은 USB를 붉은 여인에게 한순간 뿅!!! 하는 바람에 제대로 사고를 쳤다.
그나마도 시간 안에 손을 써서 다행히 찾았지만 찾은 장소가 하필 돈 세탁소로 운영되고 있던 '이끌'이란 디자이너 숍이다.
이후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 전개가 펼쳐지면서 동기인 김훈정 검사, 백태현 수사관, 상사인 검찰내부선까지, 꼬리를 건드렸더니 일명 그 위선들은 권력의 최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고 어디까지 수사망을 넓혀야 할지에 대한 고심을 하게 되는데...
초짜 일개 평검사출신인 김훈정 검사가 이 사건에 대한 중대성을 깨닫고 윗선 상사에게 알리지만 위선의 위선, 그 윗선에 계신 고귀한 분들은 자신의 존망에 대한 안위를 보전하고자 적당한 선에서 자르고 실제 수사 대상 잡아넣고 일부 검사들 옷 벗기는 선에서 마무리하자는데, 과연 이를 수긍할 수 있을까?
참, 법의 잣대로 다루자면 하나도 거슬릴 것이 없는 제대로 잡은 큰 물건이다.
증거가 확실한 그 물건을 쥐고 있는 대상자가 일개 평검사란 사실과 상사의 지시를 어기고 제대로 검찰내부에 깔린 어두운 뇌물세력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무너뜨린 현실적인 외압과 상사로서 윗선 지시를 무마할 수 없는 딜레마는 결국 자신들의 안전과 권력지향에 대한 욕망 때문에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과정이 참 쓴맛이 느껴진다.
많은 참고 조사를 통해 저자가 다루고자 하는 이 소설적 배경이 현 대한민국의 굵직한 사건들을 연이어 생각나게 할 만큼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타협이란 이름 아래 물 밑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은 법의 신성함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내용을 그리고 있다.
검사란 직을 달았을 때의 포부는 어디 갔으며 그 초심의 마음들이 스스로의 힘에 부딪쳐 무너질 때의 좌절감들과 여기에 결정적 물건을 손에 쥔 이의 다음 행보가 조금은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가장 현실적이고 사건 전체를 생각했던 백 수사관이란 캐릭터가 보인 행동은 선을 분명 넘었지만 검찰 개혁을 기대한 마음만은 김검사나 수현 변호사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세상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지닌 장진호가 남긴 말은 인상적이다.
- 명확하다는 게 세상 어디 있나. 다 잿빛인데.
덜 까맣거나 더 하얗거나 그런 거지.
돈 좋아하고 권력 좋아하는 건 다 똑같아.
세상은 현탁 한 물로 가득 찬 곳이라지만 그 탁한 물을 조금씩 걸러낸다면 언젠가는 맑은 물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을까?
투명하고 깨끗한 백지의 세상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큰 바람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해본 작품이라 등장인물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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