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작가 대표로서 알려진 옥타비아 버틀러-
그녀의 전작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에 이은 시리즈 완결판인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로 마무리 지은 이 시리즈, 일명 '우화'시리즈라고 불려도 무방할 것 같다.
전작에서 초공감증후군을 지닌 주인공 로런 오야 올라미나가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 이후의 일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2032년 자신이 창시한 새로운 신앙인 '지구종'을 토대로 새로운 삶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녀가 찾은 이 종교의 교리(?)라고 해야 할까? 그녀가 찾은 것은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세상에 변치 않은 진리는 오직 변화뿐이란 사실을 믿으며 평화로운 공동체로서의 출발을 시작하고 여기엔 사회적으로 배척당한 비주류 집단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데 이는 '미국을 위대하게'란 목표를 주창하는 극단적이고 보수적인 후보가 미 대통령이 되면서 박해의 주요 타깃이 된다.
시대는 미래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반대의 비주류에 대한 가압적인 여러 형태의 위압적이고 위협적인 행태는 지금의 어느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여전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비주류 종교집단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이단으로 판단하고 공포와 억압을 동반한 통치의 형태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형태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어 이를 통해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거대 기업에 의해 경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도시들, 기업의 부채, 노예처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현실...
특히 흑인 여성으로서 소수자에 해당하면서 약자의 신분을 대표하는 로런이 이처럼 당대 현안 문제에 맞서 암울한 현실 앞에 자신이 생각하는 거대한 우주를 생각하며 세상에 희망이란 이름으로 빚을 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개 과정은 작품 속으로 빠져들면서 이건 SF지만 SF가 아닌 현재 시점의 우리들의 모습처럼 다가오는 부분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저자가 오늘의 현실을 예견하고 썼다는 착각마저 일으키는 현안의 사안들은 당장 코로나로 인한 지난 시간들에 대한 삶의 변화들, 여전히 연구와 해결방안에 대한 주제들이 나오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전쟁과 빈부 격차에 따른 이 모든 일들이 저자가 근 미래를 배경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전작에 이은 우리들의 앞 날에 대한 중요한 점들은 무엇인지를 되새겨보게 한다.
-'솔직히, 우리가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간다고 가정할 때 일어나지 않을 일은 그 책에 단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꽤 섬뜩하죠. 무서운 건 그중 일부가 이미 일어나는 중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우리가 좀처럼 미국식 삶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들도요.'-1994년, 옥타비아 버틀러의 인터뷰 중에서
그런 점에서 딸인 에이샤 비어가 엄마 로런이 남긴 일기는 읽는 시점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 자신도 엄마처럼 파괴된 세상에서 희망의 꿈을 꾼다는 점은 저자가 그린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남성작가 위주의 SF소설계에서 독보적이고도 창의적인 새로운 지평을 연 저자의 각 작품들을 통해 보인 미래의 대한 경고 울림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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