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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이야기

 

 

 

호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 특히 과작(寡作)으로 유명한 저자의 작품을 기다려 온 분들에겐 가을비가 아닌 단비처럼 반가울 듯하다.

 

 

총  4편의 중.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저자의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글솜씨를 생각한다면 이번엔 미스터리 호러물에 비중을 많이 쏟은 작품들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미지의 상황들, 그것이 당사자들에게 다가오는 실물처럼 겪는 경험들은 읽는 동안 섬뜩함과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한 남자의 기구한  전. 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작품인 '아귀의 논'-

 

 

짧은 단편 속에 그려진 내용은  희망을 품어보면서 읽게 되지만 영락없이 무언가에 홀리듯 인연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귀가 달리 아귀가 아닌 여러 가지 모습을 갖춘 아귀란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네 작품 중 가장 호러물 느낌을 강하게 준 두 번째 '푸가'는 마감을 앞둔 마쓰나미가 작가 아오야마 작가에게 연락하지만 이미 실종된 상태란 사실과 함께 그의 비서로부터 받은 그가 남긴 원고를 읽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다룬다.

 

 

시. 공간을 넘나드는 배경도 그렇지만 작가가 실제 겪은 내용을 작품에 녹여낸 듯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 이마저도 넘어서는 기이한 종이의 기록을 읽노라면 나마저도 이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기 딱 좋은 작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 번째 작품인 '백조의 노래'-

 

 

저자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폭넓은 지식을 드러낸 작품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사가의 부탁으로 소설가인 오나시가 그의 부탁으로 미쓰코 존스란 무명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써 줄 것을 부탁받으면서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되는 초자연적인 현상, 여기엔 왠지 백조의 노래에 담긴  아픈 사연이 내내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작품인 '고쿠라상'은 우리나라에서 '분신사바'란 말로 친숙한 것으로 귀신을 불러 미래를 점치는 것을 말한다는데, 현실에서 각자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네 명의 아이들이 경험하는 기이한 이야기, 현실적인 과거와 현재를 배경으로 남은 자들의 미래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을 부르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기이한 현상들을 전통과 전래, 초자연적인 현상까지 동원된 작품 속 내용들은 각 등장인물들마다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된 점들은 현실에서의  절망과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들의 몸부림이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는 암흑의 문과 가까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신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자가 그린 배경자체도 그렇고 그 속에서 인간들이 겪는 허우적대는 모습이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 백조의 노래가 이렇듯 슬프게도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까지 저자의 공들인 세계관은 역시! 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계절에 읽는 기분이 새삼 다른 분위기마저 다가오게 한 소설들이라 공포물과 호러, 여기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즐긴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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