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전미 도서상, 커서스 프라이즈, 2025년 퓰리처상, 브리티시북어드, 오디 어워드 수상작으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흑인 노예 '짐'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기존의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같은 등장인물들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크가 백인 작가로 썼던 두 작품과 '짐'이란 노예의 시선으로 풀어낸 저자가 흑인이란 점에서 각기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품의 진행들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노예제도라는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흑인들의 비애와 아픔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아버지의 폭력을 두려워하며 톰과 어울리는 헉이 짐이 우연찮게 자신을 팔려는 주인의 의도를 알아채고 미래를 약속하며 집을 떠나면서 함께 하게 되는 과정부터 험난한 여러 장애물을 겪는 일들을 그린다.

인간이되 인간이라는 취급조차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흑인노예들의 삶 가운데 정작 백인들을 무시하며 그들만의 언어와 신호체계, 특히 짐이 가진 명석한 두뇌와 책을 읽을 줄 알고 글씨를 쓸 수 있다는 점은 가까운 것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백인들과 비교된다.
특히 서투른 발음과 말씨를 스스로 갖춤으로써 자신의 지위가 보잘것없는 노예 그 자체란 사실을 일깨워줌으로써 백인들의 우세함을 느끼게 해 주는 장면들과 여기에 볼테르, 루소, 존로크를 대하는 철학적 짐의 태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사유하고 갈등하며 정작 자신이 무엇을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자각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저자는 노예제도가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제도 중 하나임을 짐이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많은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연필을 훔쳤다는 죄 하나로 죽거나 도망자로 죽은 어린 노예, 강간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맞설 수 없는 처지의 상황들이 짐에 빙의되듯 분노를 자아낸다.
초반부에서 헉과 톰의 장난기가 동한 행동들부터 시작해서 갈수록 도망자로서 생과 사를 달리하는 여정을 통해 짐 스스로가 느끼는 각 파트의 여정은 종교에서 신은 과연 모든 인간들에게 공평한 신이었나? 백인들 그들 스스로가 우월한 자임을 내세운 그 오만한 생각 자체가 어쩌면 노예들보다 못한 존재일 수 있다는 허점을 드러낸 글들은 신과 종교를 순수한 해석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목적에 비중을 두며 노예들을 다스리기 위한 도구임을 역설한다.

여기에 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짐이 기대했던 든든한 조력자 이기전에 한 명의 어린 백인아이란 사실과 헉 또한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현재에서 벗어날 용기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항상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이루려는 짐의 태도는 고전의 재해석이란 관점에서 볼 때 마크 트웨인의 작품과 비교해 보며 토론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소속된 것이 아닌 그 자체로만으로도 소중한 사람, 다름 아닌 제임스란 이름이 주는 강렬함은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한 작품이다.
곧 출간 예정작으로 표지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뭣보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