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회 나오키상 후보작으로 가족사를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화가인 아빠와 도벽이란 병을 갖고 있는 요리에 진심인 엄마를 둔 긴카의 성장사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의 전통가업에 대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그린다.
어린 긴카와 엄마는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친할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아빠와 함께 집안의 가업인 간장 양조장을 잇기 위해 나라현의 본가로 이사를 가게 된다.
집 뒤의 대나무 숲이 펼쳐지는 풍경 속에서 가업의 전통을 잇기 위해 애를 쓰는 화가의 꿈을 저버리지 못한 아빠, 집안의 당주 눈에만 보인다는 좌부동자를 아빠가 아닌 긴카가 보게 된 사건은 개인들마다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1968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긴카란 인물을 중심으로 일본의 한 시대, 시대를 풍미하며 이어진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에 대한 전제는 아들이 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딸만 있는 집안에서는 데릴사위를 들여서라도 잇는 전통을 지닌 일본 사회의 모습과 어린 긴카가 성장하면서 겪는 인생의 흐름들은 어린 시절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어른이 되고 그녀 스스로가 타인에 대해 이해를 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통해 인생의 단맛과 쓴맛, 슬픔과 사랑들을 저자는 시종 따뜻하게 그려낸다.
각 등장인물마다 지닌 캐릭터들은 모두가 주연처럼 등장하며 펼쳐진다.
필연적인 혈연이란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이를 위해 인생의 화양연화마저 포기해야 했던 이의 비밀, 모든 관습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그런 가운데 긴카가 간장 가업을 잇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건 과정은 피로 나눠야만 가족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스스로 택한 인생에서 긴카만큼 용기 있고 쓰요시와 함께 함으로써 둘의 진실된 마음이 어떻게 간장 가업을 잇게 되는지에 대한 흐름은 각 개인들마다 지닌 비밀이 봉인해제되면서 독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부분으로 다가오게 한 부분들이라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전체적인 큰 틀인 간장 양조장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좌부동자와 일본의 전통 신화를 곁들이면서 노포가 지닌 전통성에 대한 가치, 여기에 가족에 대한 의미까지 촘촘히 이어진 그물처럼 구성된 내용은 읽는 동안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느껴가면서 읽는 느낌이 들었다.
가업을 잇는다는 책임감, 다즈코, 긴카, 그 뒤를 이은 이들에게 이어지는 이들까지 혈연에 얽매이긴 보다는 진정으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당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평생 대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50년 되도록 간장과 함께 한 긴카가 이렇게 멋져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읽은 작품이다.
따뜻한 가족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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