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드라마로 나왔던 원작소설을 출간 40주년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보게 됐다.
한국정서에서 뿜어 나오는 구수한 사투리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아등바등 애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완장을 팔에 차게 됨으로써 종술이란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당시와 지금이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느낀다면 너무 과장일까?
이곡리 마을에서 이리시 부자인 최사장이 갖고 있는 저수지 감시원으로 종술을 택했던 것은 그의 전적으로 미뤄 이를 역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저수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있음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하나의 완장을 둘러찬 것뿐인데 종술이 권력의 주체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저수지 감시를 하는 모습은 운암댁에겐 하나의 불길한 서막처럼 다가온다는 것이고 이후 종술이 행하는 행보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부월을 향한 시선도 그렇고 부월뿐만이 아니라 인근 마을 사람들 또한 당시 살아가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음은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공통된 점과 이를 빌미로 이들에게 향한 종술의 정반대의 모습들이 공포와 굴복, 때로는 연민의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함이 전해온다.
완장, 그것이 뭣이 중한디?라고 묻는다면 하나의 권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완장이고, 지체나 명예도 말짱 다 완장이여."
그런 것들도 틀림없는 완장의 한 종류였다.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 남들을 큰소리로 부리고 남들 앞에서 마냥 뻐겨 댈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완장이었다.- p 191
한량이자 서울에서도 힘든 삶을 살았던 종술에겐 자신이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증표이자 권력의 기구로써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순수한 마음이 조금은 들어있는 저수지 지키기에 올인하는 모습이 왜 이리 짠한지....
하지만 작품 완장의 진정한 의미는 권력에 대한 희화화, 그런 권력에 도취된 자신을 잊고 망각하며 힘을 쓰는 모습들, 이를 풍자와 해학이 난무하는 적재적소의 문장으로 인해 한 편의 멋들어진 난장판을 휩쓸고 지나간 해학이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저수지를 놓고 벌이는 권력의 힘겨루기와 부에 대한 일침은 해학으로 인해 완장이 지닌 의미가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누구라도 완장을 차게 된다면 종술처럼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상상을 더하게 만든 저자의 작품이 현시점과 비교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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