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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맡겨진 소녀],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국내 독자들에게 아일랜드 문학의 정서를 느끼게 한 저자의 새로운 작품이다.

 

 

출간 시기는  위 두 작품보다 먼저 쓴 단편집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총 7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특징 중 하나인 간결한 문장 뒤에 담긴 공간적 배경들이 이국적인 풍광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주변 인물들 간의 대사가 여전히 필치의 힘을 발휘한다는 데에 주목하면서 읽게 되는 것 또한 이번 수록작들도 마찬가지지만 전 작품들에서 보인 분위기와는 조금은 달리 느껴볼 수 있는 초기작이란 점이 더욱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을 논한다면 상실에 대한 회한, 이별이 주를 이루는 각 작품들 속에서 아일랜드의 느낌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집중을 이루고, 그 가운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주체적인 독립된 삶의 한 모습처럼 그려진 점이 드러난다.

 

 

엄마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소녀가 집을 떠나는 장면을 보인 '작별 선물'이나 사제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여인의  내용이 담긴  책 제목인 '푸른 들판을 걷다'의 여인 인생은 심리적인 변화의 흐름들이 두드러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삼림 관리인의 딸'이다.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속인 채 다른 남자의 딸을 낳은 여자 마사의 행동은 그것이 비록 딸을 대한 남편의 행동에 반한 자주적인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그녀 스스로가 행한 행동을 좀 더 숙고해 봤더라면 집을 나서는 행동까지는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들은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현재의 모습을 반추하게 되면서 남성들이 여성들(아내나 약혼자, 딸)을 대하는 자세를 그린 장면을 통해 권위적인 가부장제에 익숙한 모습들을 그리는 가운데 이에 반한 여성들의 행동들이 서로 상반되게 그려진 모습들 또한 심리를 통해 그린 점들이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는 장편보다 단편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데 저자의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간결한 문체 때문이기도 하고 그 문체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또는 어떤 내용을 드러내지 않는 형식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더하게 하는지를 이해하면서 읽기란 타 작품들을 읽는 시간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이 작품 속에 담긴 전체적인 하나의 통합된 소재의 설정 자체가 수채화처럼 색감이 퍼지는 느낌처럼 다가왔다.

 

 

 

이는 등장인물이 뒤에 남겨진 대사가 있을 듯하면서도 표현하지 않은 장치, 여기에 감정선들의 다양성을 대비시키면서 인생을 곱씹어 보게 되는 내용들은  삶의 굴곡진 부분들을 함께 한 여정이라 얇은 두께지만 그 내용들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상실과 결핍을 넘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들의 삶, 그런 그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떠났어도 그 자리를 지키면서 반복된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저마다 인생의 고민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남긴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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