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단편소설로 완성한 작품집-
암울했던 그 시대를 스릴러, 호러, 로맨스, 판타지란 성격으로 고루 담긴 이야기에는 실제와 허구 사이를 넘나들며 창작의 재미를 엿볼 수 있다.
이중첩자인 정재영을 통해 조선 총독부와 지하광복단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의 신분을 감추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인 '정직한 첩보원'은 자신의 신분이 발각될 위험을 오히려 '정직'이란 수단으로 정면 대응하는 장면은 순발력이 뛰어남은 물론 가능성 있는 현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창작이란 것에 의의를 둔다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호러물이 물씬 풍기는 이선의 삶을 다룬 '푼 달빛은 혈관을 휘돌아 나가고'는 남편이나 시어머니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한 한을 흡혈귀가 되어 다른 탐육의 삶을 이어가는 내용으로 공포물로써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다른 세 편의 작품들 또한 앤솔러지 작품을 선보인 구픽의 신작인 만큼 시대는 달라도 소설의 창작 범위를 좀 더 넓혀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특히 수익금 일부가 해비타트의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기부된다고 하니 작품을 대하는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왔다.
각 작가들마다 자신들 고유의 색깔을 드러낸 작품들은 골라서 읽는 재미와 함께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시간과 더불어 더 나아가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는 작품들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