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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동양에서 마시는 차, 다도에 대한 관심은 서양에서도 일찍이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에 대한 연구를 한 이를 떠올려보면 초의 선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완당평전'을 통해 초선 선사가 '다신전'. '동다송'을 썼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불교에 귀의한 스님으로서 남다른 구도의 자세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차를 다스렸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던 초의는 할아버지 밑에서 학문을 배웠고 역병으로 가족이 몰살되자 운흥사 벽봉 스님에게 의탁하게 된다.

이어 스님으로부터 범패, 바라춤, 탱화등을 배운 후 완호스님으로부터 초의라는 법호를 받는다.

이후 그의 인생에서 영향을 미친 한 사람인 정약용을 만나고 그와의 교류는 세상과의 연결을 통하는 길이자 그의 뛰어난 해박한 지식과 차에 대한 지식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초의는 차를 통해서 느끼는 고유의 행위와 느낌을 갖기까지 손수 찻잎을 따고 말리고 비비는 수고의 행위를 알고 마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만큼 '다신전'과 '동다송'이란 책의 저술을 통해 그 뜻을 전파했다.

차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책에 거론되는 다선일체, 다선일미, 다선삼매를 통해 차와 선은 한 가지란 의미를 통해 불교에 귀의한 초선의 마음가짐과 차에 대한 관심을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차, 찻잎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종류별 부르는 이름도 다르거니와 특히 차 잎을 따는 과정이 고된 일이란 것을 다큐에서 본 적이 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초의선사가 차를 대하는 모습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추사 김정희와 정약용과의 교류는 이들 세 사람의 각자 다른 인생의 방향이 다를지언정 서로의 간의 존중과 학문들을 아꼈다는 점은 당 시대의 가장 귀한 인물들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구도자의 길을 걷는 많은 선승들이 산중에서 홀로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는 일련의 불교수행이 있었다면 초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한 스님이었다.

차를 마심으로써 그 차가 내게 오기까지의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 여기에 어릴 적 도움을 받았던 동전 두 닢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기 위해 평생 세속으로 걸어 들어간 그의 인생은 함께 살아간다는 종교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남는다.

 

 

 

그동안 불교적인 색채가 깃든 작품을 통해 저자만의 글을 느껴본 시간은 새롭게 개정판으로 만난 작품 속에 깃든 차의 향기, 그 향기가 저자의 인상깊은 글 내용과 함께 고즈넉이 마음을 다스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 나는 좋은 차인 경우 열 번까지 우려 마신다. 첫 번째 우린 것은 배린내가 나는 십 대인생의 맛이고, 두 번째 우린 것은 혈기 방장한 이십 대의 맛이다. 세 번째 것은 삶의 맛을 바야흐로 알기 시작하는 삼십 대 맛이고, 네 번째 것은 깨달음이 보일 똥 말 똥하는 사십 대 맛, 다섯 번째 것은 부처님이 눈을 반쯤 감은 뜻을 알기 시작하는 오십 대 맛이고, 여섯 번째 것은 연꽃잎을 스치는 부처님 눈빛을 보기 시작하는 육십 대 맛, 일곱 번째 것은 연꽃들이 다 지고 없는 연못의 황달 든 연잎에 어린 불음을 듣는 칠십 대 맛이다. 그리고 여덟 번째 것은 '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니라' 하고 말씀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알아듣는 팔십 대의 맛, 아홉 번째 것은 햇볕에 잘 바래진 모시같이 머릿속이 바래지는 구십 대 맛이고, 열 번째 것은 사바세상과 아미타 세상을 넘나드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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