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이렇게도 와닿는 경우가 있을까?
읽으면서 사방에 몰아치는 계절의 위협과 그런 가운데 끝끝내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내 심금을 울린다.
부모로부터 사랑은커녕 머릿속에 그녀 자신이 스스로 각인시킨 성장 환경을 박차고 나왔을 때부터 이미 그녀의 마음속엔 누구보다도 불타는 심장이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여정은 한 인간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그 고난의 감정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사랑을 믿고 시부모의 사랑으로 비로소 안정적인 삶에 안착을 하지만 그런 그녀 엘사를 비롯한 평생 땅을 통해 자신의 노력만큼 되돌려준 자연의 자비는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1930년대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모두가 겪는 생존의 나날들은 마치 상상이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심정으로 치닫게 되는데 생생한 자연이 주는 시련들은 하루하루의 힘든 나날들이 하나의 작은 소망마저도 거부하는 진행으로 이어질 때는 숨이 턱 막혀왔다.
여성이란 이름 앞에 엄마라는 위치, 사랑받고 싶었던 엘사가 남편의 가출과 또 다른 삶을 이어가기 위해 고향을 등졌을 때 이미 그녀는 한계를 넘어선 힘없음을 알지만 결코 자식들 앞에선 그런 모습조차 보일 수없는 엄마였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부분은 대공황 시대를 기점으로 정부에서 주도한 뉴딜 정책과 그 뒤편에 가려진 하루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목화솜이나 기타 궂은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던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모습이다.
여기엔 흑인노예제를 방불케하는 농장 지주들의 악랄한 수법과 정부와의 협력하에 이루어지는 임금 지불관계 현황은 이것이 진정 자유민주주의 미국의 참모습인가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빚을 지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삶, 하루하루 벌어 그 빚을 갚아나가면 다시 되돌아오는 연속의 굴레는 지옥 같았던 흙모래 바람과 비 한 방울조차 볼 수 없었던 고향과는 또 다른 지옥의 모습을 보인다.
자연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해 깨달아 가는 엘사라는 여주인공의 변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과 여성이란 멸시에 찬 모습으로 바라보는 뭇 남성들을 향해 당당하게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부분은 진정한 사랑의 느낌을 아는 여인이자 강인한 엄마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미국 대공황 시대의 금주법에 관해 다룬 내용들을 접한 것과는 또 다른 생생한 이주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적인 모습을 그린 부분들이 타 작품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라 인상 깊게 다가왔다.
'우리'란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같은 울타리 안에 거주하는 나와 타자 간의 분리된 시선과 차별은 같은 피부색을 가진 미국민이라도 다르다는 인식이 어떻게 위험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저자는 일말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흐름을 통해 어려운 가운데 서로 돕고 말없는 행동 뒤에 알게 되는 따뜻한 배려의 심성들을 그리면서 그들이 겪은 이런 불우함 들은 결코 오래가지 않음을, 그들의 고향은 언제나 그들을 변함없이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렇기에 엄마에 이어 강인한 딸로 성장하는 딸 로레이다의 성장은 그녀가 앞으로 그녀 인생에 있어서 무슨 일을 하든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독자들은 알 테니까.
입안에 흙먼지가 고이는 순간에도, 읽는 내내 마치 내 입 속에 메마른 흙폭풍이 감지되는듯한 표현들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치워도 몰아치는 흙폭풍, 쓰러져가는 짐승들, 하루 연명하기도 벅찬 그들의 비참한 삶의 현장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독자들은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게 된다.
결코 자연에 대한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사람들,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이 그칠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자연의 품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인내와 용기에 대한 찬사를 거듭 보내게 되는 작품, 모든 것이 지난 후에 새로운 것들이 태동될 때 생명은 자라고 그 삶 속에 우리 인간들의 인생 또한 그러할 것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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