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죽음이란 절차가 인생의 흐름이란 것을 알면서도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만큼 인생에 대한 허무함을 절실히 느낄 때가 또 있을까?
고인에 대한 설명들, 일테면 이미 생명의 혼이 없는 상태로 영면에 들어있다는 표현마저 어떤 교양적인 말이나 최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말조차도 사실 직접 그 아픔을 당한 당사들에겐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으로 한동안 자리를 잡는다.
-‘제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이 말자체를 그동안 투병 생활을 하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저자는 애도의 기간과 그 이후에 상실감에 젖던 순간들을 그리며 우리들 인생에 상실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는 글들로 이끈다.
인생에서 상실과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을 거치는 동안 저자는 아버지와의 시간을 회상하면서 그 이전에 우리들 인생에 하나의 상실이 다가오기까지 작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마음부터 다시 찾았을 때의 기쁨들, 더 나아가 넓은 의미로써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을 예리한 시선을 다룬다.
상실에만 젖어있기엔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지만은 않다는 것과 아버지와의 이별이 있기 전 새로운 인생의 동성 동반자를 만나기까지 풀어내는 '발견' 부분 또한 상실과 발견이란 책 제목에 알 수 있듯 아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의 발견이란 점에서 많은 의미를 드러낸다.
상실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까지 사소한 작은 범위에서 시작해 점차 개인사와 이에 머물지 않고 더 큰 범위로 나아가는 형식을 취하는 글은 저자가 섭렵한 많은 유명인들의 작품이나 책의 구절들이 와닿을 수 있도록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문구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각 개인별 경험했던 그때의 아픔들과 희비가 교차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무궁한 희망을 엿보게 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저자가 감당하면서 느꼈던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들과 애도, 특히 친구가 자신의 아버지 연세를 말한 장면에서 자신은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 존재할 뿐이란 사실과 친구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는 대목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할 정도로 와닿았다.
고인이 된 이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남은 자들이 느낄 수 있는 상실과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이를 만났을 때의 발견의 참의미, 여기에 책 제목에서는 없는 '그리고'란 여정을 그린 챕터는 우리들 가슴속에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새롭게 사랑하는 법을 연결해 주는 의미로써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을 듯하다.
상실 속에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책, 저자의 통찰로 빚어낸 문장들이 유독 마음에 와닿은 부분들이 많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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