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작은 아씨들'로 표현하면 거의 근접할 것 같은 작품이다.
오프라 북클럽 100번째 도서로 선정되어 화제가 된 책이란 점, 유명인이 추천하거나 선택한 책이란 점에서는 독자 입장에서 관심을 끌게 되는데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네 자매와 윌리엄이란 남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30여 년간의 인생 이야기를 펼쳤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농구를 통해 성장을 했던 윌리엄은 대학 진학 후 역사학과에서 만난 줄리아와 연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한다.
이탈리아계 집안의 맏딸이자 자매들이나 자신의 인생 계획에 한 치의 오차 없이 계획했던 일을 이루고자 하는 데에 뛰어난 추진력을 가진 줄리아, 그녀는 한눈에 윌리엄을 보면서 농구선수가 아닌 교수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를 응원한다.
나머지 세 자매인 실비, 쌍둥이 세실리아, 에멀리아는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경제력에서는 무능력에 가까웠던 아버지 찰리,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와의 맞지 않는 결혼생활을 하는 엄마 로즈 밑에서 네 사람이 한 몸인 듯 생활하는 가족들이다.
이런 가족들 틈에 가족이란 구성원으로 들어간 윌리엄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른 채 주어진 삶에 대해 줄리아가 원하는 삶을 이루려 노력하지만 타고난 우울증은 그에게 자살과 결혼파탄, 양육권 포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는 고비가 이어진다.
작품 속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같은 시기의 각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심리변화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납득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들이 촘촘히 그려지는 이 작품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원치는 않았지만 상처를 주고 남겼으며 반세기의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모인 가족을 통해 용서와 관용을 베푸는 것에 대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해할 수없었던 부분은 윌리엄 부모에 대한 처신이다.
첫 아이에 대한 슬픔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막 태어난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담을 쌓고 살아가는 설정이 작품 설정에서 윌리엄의 우울증이 태동한 원인이 필요했기에 그린 점이라고 해도 공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여기에 네 자매의 각기 개성 있는 진취적인 인생들은 엄마 로즈의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가톨릭 교리에 맞는 삶을 추구하는 그녀에겐 자녀들의 일탈처럼 보인 미혼모, 레즈비언의 삶, 윌리엄과 다시 결혼한 실비의 삶, 딸 앨리스에게 윌리엄에 대한 존재 자체를 감춘 줄리아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자식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삶에서 일탈해 새로운 인생과정을 그리는 것과 여기에 형부와 결혼한다는 설정까지 좀체 평범한 삶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은 읽는 독자들 나름대로 생각들이 많을 것 같다.
서로 상대방에게 반했던 줄리아와 윌리엄의 관계는 서로를 너무도 몰랐다는 사실, 자신의 목표대로 움직이는 윌리엄을 통해 대리만족처럼 여길 수도 있었던 줄리아의 착각과 이를 충분히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경솔함은 가족이란 형태 속에 안정적인 삶을 그리워한 윌리엄이 겪었을 중압감들과 비교되면서 누가 잘못일 것 없는 그저 서로가 안 맞은 상대를 선택해서 벌어진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런 윌리엄을 제대로 알아본 실비의 넓은 사랑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작가는 평범치 않는 이런 설정 자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심리변화에 충실함을 보인 진행은 용서란 무엇인가, 제대로 된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부분을 던진다.
읽으면서 인생이란 참 다양성을 지닌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에서 그린 흐름들이 마치 하나의 파도가 밀려왔다 몰려오는 것 같았다.
한 생명이 태어난 순간 한 생명이 사라지고 또다시 이별과 새로운 인연의 만남,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갔던 순간들이 또 다른 선택의 기로로 인해 다시 만남을 하게 된다는, 용서할 수 없었던 부분들도 시간이 흐르면 가족이기에, 그 안에 자매로서 함께 겪은 일들이 모두 담겨 있기에 용서란 말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비를 통해 윌리엄은 사랑을 받았고 구원받았으며 그녀의 빈자리로 인해 다시 채워진 가족의 형태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 참 의미 깊게 다가왔다.
평생 짊어질 마음의 짐을 이제는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내려놓는 법을 깨우친 윌리엄의 모습은 앨리스에게 먼저 건넨 말 한마디로 앞날을 더욱 기대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면들을 채워주고 함께한다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소설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의 곁에 가족이란 울타리를 생각해 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