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사연들을 들어 보면 운명처럼 만난 사람들이 있다.
우연이 인연이 된다는 말, 의도적으로 만남을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만나게 된다는 설득력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출간당시 세계 최대 서평 커뮤니티 굿리즈의 2015 초이스 어워드에서 '그레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작품은 저자의 특허인 로맨스 작가란 명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먼저 접했던 '어글리 러브'에서도 그렇지만 남녀 간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글의 매력포인트는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상황설정과 무리 없이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음을 흔드는 데에 탁월함을 다시 느꼈다.
17 살 때 만난 첫사랑인 애덤을 죽음이란 이별로 맞이한 후 그의 아들을 낳은 오번은 애덤의 엄마인 리디아와 그의 형인 트레이가 이사한 곳으로 자신의 터를 옮긴다.
대학을 포기하면서까지 간 목적은 오로지 자신의 아들 양육권을 찾기 위함, 하지만 현실은 미용실에서 버는 돈으로는 변호사 비용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한 건물 앞에 붙은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그 구인광고를 한 사람은 화가 오번 젠트리다.
미지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 앞에 넣고 가는 고백이 담긴 종이의 내용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오번을 본 순간 5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그녀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그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나만 아는 비밀, 그 비밀은 결코 그녀 앞에서 발설해서는 안 되는 컨페스였지만 그녀와의 관계를 놓칠 수 없는 한 남자의 진심 어린 사랑의 감정과 아들과 함께라면 트레이가 원하는 대로 맞춰줘야만 하는 기로에 선 여자의 감정선들이 로맨스의 달달함과 현실을 두고 갈등하는 섬세한 심리들을 잘 보여준다.
오언의 인생에서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인한 아픔과 아버지를 향한 자식으로서의 애달픔과 분노, 슬픔, 그런 가운데 오번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갑갑함들이 트레이의 교묘한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설정은 두 사람의 앞 날이 어떻게 그려질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다가서게 한다.
사랑은 받기보다는 주는 것이 더 기쁘다는 것을 안 오언의 이타심과 그런 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애덤 이후에 찾아온 사랑임을 알고 괴로워하는 두 연인들의 진행이 로맨스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 말 못 할 컨페스를 읽는 남자, 그 컨페스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오언의 마음은 신부님처럼 누군가의 고해성사처럼 소중하고 그 의미를 간직했다는 점, 왜 그가 그녀를 본 순간 놀랐는지, 추리물처럼 그린 설정도 뒤 후반부에 가면 밝혀지는 내용이 따뜻하고 뭉클함을 전한다.
컨페스를 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읽노라니 인생에서 벌어지는 여러 감정들이 모두 들어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 순간을 참지 못해서 후회하고 고백을 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며 누구에겐 부모, 자식, 부부, 연인이란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고백들, 살아가면서 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인데 로맨스물이란 전형에 새로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두 가지를 만족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단단해지는 오번의 행동도 그렇고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과정 또한 매혹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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