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맨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작품 '핫 밀크'-
그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지만 엄마의 원인 모를 다리 지병으로 인해 박사과정 학업을 포기한 채 커피점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는 25실 여성이다.
전적으로 엄마의 간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는 스페인으로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별반 다를 것 없는 엄마의 모든 비위를 맞추며 생활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의 건강이상, 그것도 오로지 자식 하나인 자신의 몫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실정인 소피아의 일상생활을 통해 그린 이 작품은 가족관계의 모순과 갈등, 여기에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성장과정과 그 이후 독립된 자아로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엄마에 의지하고 엄아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짐이다. 어머니는 내 채권자고, 나는 내 다리로 빚을 갚아가고 있다. 그녀를 위해 늘 그녀 주변을 뛰어다니며. - p 49
인류학을 전공하고 앞 날에 대한 꿈을 있었던 그녀가 걸을 수 있지만 걷지 못하는 엄마의 병을 위해서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그날이 그날인 삶에 대한 원동력을 잃어버린 흐름과 갈등은 그 어디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함께 그린다.
자신보다 5실 위인 여성과 재혼해 딸까지 낳은 아버지, 그 아버지조차 자신에 대한 존재 의식을 부담스러워하며 그들만의 안정적인 가정의 화목을 목격한 그 씁쓸함이란...
그런 그녀가 스페인에서 매어있던 개를 풀어주고자 한 의지는 어쩌면 자신을 본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을 당연할지도 모른다.
울부짖으며 뛰쳐나가고 싶었던 개, 그 개의 자유란 다름 아닌 자신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독일 여성 잉그리트 바우어와의 만남과 사랑은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한다.
자립이고 독립적인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과 실천에 대한 생각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애증과 불만, 여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파블로의 개처럼 바다로 뛰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소피아란 여성의 인생을, 그런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지하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엄마의 태도들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지독히도 사랑하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증의 관계를 드러낸다.
- 내 어머니를 향한 내 사랑은 도끼와 같다. 그것은 아주 깊이 찍고 벤다. - p 222
그런 소피아에게 고메스 의사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엄마의 주치의지만 그녀의 인생에 하나의 길잡이처럼 여길 수 있는 조언자처럼 보인다.
사랑도, 학업도,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환경에 처한 소피아란 여성을 대표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저자는 보다 원대하고 큰 자유를 바라는 여성들을 대표로 희망이란 이름으로 그려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모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결혼, 이혼을 통해서 자신의 모든 인생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엄마란 존재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엄마를 저버릴 수 없는 갈등, 그런 가운데 자신의 사랑감정과 자식으로 느끼는 부모에 대한 부채와 이에 대한 책임감까지 은유를 통해 잘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작품, 자식의 앞 날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좀 더 일찍 소피아에게 보였더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