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란 작품으로 친숙한 존 윌리엄스의 1960년도 출간작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자연주 철학에 심취한 하버드 중퇴생인 앤드루스는 유산을 물려받은 돈을 갖고 서부 캔자스 산골마을 부처스 크로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들소 사냥꾼 밀러와 그의 친구 호지스, 슈나이더와 함께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서 밀러가 오래전 보았던 들소가 있는 콜로라도 로키 산맥 계곡을 향해 떠난다.
예상한 대로라면 가죽으로 돈을 벌어 큰 몫을 갖게 될 것이란 희망과 함께 힘들게 도착한 그곳, 자연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던 그곳은 인간들이 사는 곳과는 동떨어진 자연 그 자체다.
밀러의 광적인 사냥이 시작되고 그의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앤드루스는 차츰 자신마저도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희미한 기억처럼 여기면서 차츰 적응해 가는데, 자연이 그렇게 그들에게 호락호락할리는 만무...
저자의 총 3편의 장편소설은 실제 출간 연도순이 국내에서는 거꾸로 스토너, 아우구스투스, 그리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나왔다.
그의 작품들 면면들이 인간의 삶에서 추구하는 그 무엇을 향해 그린 작품들은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광활한 자연에서 인간들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어떤 목적을 지니고 행동하는가에 따른 동선을 통해 많은 울림을 던진다.
앤드루스란 인물이 지닌 자연주의에 대한 동경이 차츰 들소 사냥과 도축에 대해 몰입해 가는 과정, 밀러의 광기적인 사냥, 호지스의 공허한 불안함과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신앙에 기댄 행동, 슈나이더의 마지막 불운한 운명들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보와 이에 걸맞은 무의 개념에 대한 공허함을 드러낸다.
욕심을 버리고 그 순간을 벗어났더라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아니면 끝까지 긴 겨울을 나면서 몰입했던 들소 사냥에 대한 집착과 가죽 판매에 대한 집요함으로 인한 이 모든 결정들로 인해 그들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읽는 동안 지독하리만치 자연이 주는 경고와 위대함들을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자연이 주는 경고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앤드루스가 느끼는 각 과정들의 모습은 성공과 실패, 그 이후에 남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 분노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부개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물론 유에서 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모습들을 그렸다.
특히 시시각각 한순간에도 변하는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부분은 자연에 흠뻑 취할 만큼 정확한 묘사 장면들과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넓은 서부의 땅을 밟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 장면들이 와닿는다.
인생의 한 순간에서 겪을 수 있었던 그 경험들의 순간, 자연에 대항한 압박감을 누르고 인간의 영혼마저 앗아갈 수 있는 그 위대함과 허상과 거짓이되 그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쫓는 인간들의 심리 변화를 시시각각 제대로 그려낸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 신작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던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 p 306
가혹하면서도 정적인 고요가 주위를 감싸도는 분위기, 그 어떤 일말의 희망보다는 자연 본연의 순리와 그 순리를 터득해 가는 과정 속에서 서부 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들려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