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실을 툭 터놓고 쓰는 일기, 그 누구도 알릴 필요도 없고 알리고 싶지도 않은 오로지 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일기장을 누가 본다면?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대중들이라면, 그런데 바로 이런 형식의 글을 통해 1930년대를 살았던 여인의 일기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이 작품은 표지부터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패브릭과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느낌, 여기에 유명 상표의 가방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과의 궁합은 책을 받아놓고 쓸어내려봤다.
음, 좋다~를 느낄 수 있는 책의 표지를 열면서 빨리 몰입하게 된 내용은 솔직하고 유쾌하기까지, 연대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우리들 모습처럼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화, 자동차, 입주 하인을 둔 주인공이 정작 주인임에도 가정교사나 하인들에게 일을 시킬 때 눈치를 보는 것이나 지금처럼 클릭 한 번에 주문이 작성되고 물건이 배달되는 시대에 편지를 쓴다는 것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다정다감한 남편은 어디 갔나요?를 물어보고 싶게 하는 무뚝뚝한 남편, 타임지를 보면서 잠드는 그의 모습을 포착한 내용이나 마을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는 또 어떤가?
작은 마을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듯한 친근감이 묻어나는 수다잔치, 그런 가운데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 듯한 글들은 관찰력이 높은 그녀의 눈썰미로 뜨끔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 시간에 일기를 통해 적어나간 글들은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일까?
-로버트가 자지 않고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일기를 쓴다고 대꾸한다. 로버트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일기 쓰는 건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그럴까?
그건 후대만이 답할 수 있을 듯. - p.263
1930년에 처음 출간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는데 자신의 개인적인 민낯을 하나의 작품으로써 승화시킨 저력이 부럽기도 했다.
여전히 후대에까지 독자들에게 웃음과 생활에서 묻어나는 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는 것은 안 비밀^^.
이제 그녀가 들려줄 두 번째 일기엔 어떤 일들이 담겨 있을지, 다시 빠져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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