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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전거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으로 이전 출간작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통해서 친근감이 드는 작가다.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자전거에서 시작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도둑맞은 자전거에서 시작된다. “철마가 우리 가족의 운명을 바꿔놨어.” 어머니는 툭하면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신역사주의자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는 위대한 인물도, 영웅도, 진주만 폭격도 없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건 자전거를 잃어버린 것 같은 잡다한 이야기뿐이다.

 

 

1992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가 없어지면서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 주인공 '청'은 프리랜서로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로서 한 독자가 자신이 쓴 소설의 결말 부분인 '자전거'의 행방을 물어본 것을 기회로 터부시됐던 아버지와 자전거의 행방을 찾아보기로 한다.

 

 

어느 한 물건에 대한 소중함, 그것이 개인사의 사연에 따라 추억과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분일수도 있지만 소설 속에 소재로 등장하는 자전거를 기반으로 다룬 내용들은 그리 가볍게 여겨지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 자전거의 행방을 찾는 단서를 발견하고 이를 보관하고 있던 이들과의 만남은 그들의 개인사의 확장된 이야기와 일제 강점기의 대만의 역사와 동남아시아의 일제침략과정, 그 가운데 차출되어 징집된 대만의 젊은이들의 각 사연들은 밀림이 우거진 곳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위협과 생존에 대한 본능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마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대만의 100년 사 속에 시대별 자전거의 발달사는 당시 가격을 오늘날에 생각하면 벤츠정도의 가격과 맞먹는다는 것과 역사적 전쟁소용돌이 속에 자전거의 역할 및 전후에 나라의 발전사와 맞물린 역사의 흐름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자전거의 명칭도 지역성에 따라 자전차, 철마, 자행차란 이름으로 불려지고 작가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실제 직접 자전거 수리를 해보면서 썼다고 하니 그 열정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고 덕분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에겐 자전거 공부를 할 수 있었단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어디 인간들뿐이겠는가?

 

 

작품 속에는 일본인들에게 수출하기 위해 나비를 잡아  그림을 만들어 팔게 된 사실, 잡혀온 코끼리의 죽음에 이르는 전쟁의 비 생산적이고 야만적인 폭로 또한 엿볼 수 있는 장대한 흐름들이 환상과 사실적인 역사고증, 여기에 허구가 적절히 섞이면서 자전거를 타고 그 시대로 페달을 밟아 들어가는 여정이 심금을 울린다.

 

 

 

전작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서 등장하는 '중화상창'이란 배경의 등장도 반가웠고 작품 속 곳곳에 바이크 노트란 챕터를 통해 자전거 모델 일러스트를 통해 흥미를 배가시킨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의 아픔들을 짊어지고 살아간 사람들, 과거를 통해 역사를 반추하고 가족 간의 사랑을 되새겨보는 작품, 화해와 용서는 물론이고 다각적인 많은 애도의 감정을 느끼며 읽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