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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퇴직을 앞둔 평범한 교사인 정윤옥의  삶을 그린 작품,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사법대학을 나오고 중등교사로 근무하다 교원노조에 가입하고 이어 파면된 후 다시 복직을 거치면서 윤옥이란 생에 담긴 전반적인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와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서술한다.

 

 

먼저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졌던 엄마, 뇌병변이란 병을 앓고 있는 동생 지호, 그런 지호를 끊임없이 돌보아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윤옥과 엄마의 생활은 지호를 목사에게 의탁하면서 헤어진다.

 

 

작품 속 내용들은 제목처럼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가를 우리들에게 묻고 있는 듯했다.

 

 

 

양심 있는 교사로서 윤옥이 행한 말과 행동들이 교권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한 현실과 교육 내용의 향방이 교사의 권한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닌 학부모와의 의견대립, 지호와 같은 처지인 시영을 보듬고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그녀 나름대로 소신 있게 밀고 나간 행동은 나름대로  지켜야 할 세계였다.

 

 

 

지호를 대신한 시영에 대한 마음에 이어  수연을 대하는 마음은 또 어떤가?

 

 

야심 찬 의욕과 현시대에 대해 올바른 길을 걷고자 했던 정훈의 모습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개인적인 욕심으로 저질러진 그 모습들을 보게 된 윤옥이나 수연의 시선은  과거의 그 사람은  어디 가고 가면을 둘러쓴 허영과 야망 덩어리로 뭉친 존재로밖에 인식할 수 없는 한탄을 지니게 되는 흐름들이 읽는 내내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가족에게조차 안정과 인정,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지호에 대한 아픔과 미안함은 윤옥과 엄마의 방식은  달랐어도 그들 나름대로 최선의 방식으로 지켜야 했음을, 돌봄이란 것을 통해 타인과 나와의 관계, 가족 간의 관계를  전해주는 내용들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윤옥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작품 전체에 깃든 분위기는 지난여름 한 분의 교사 죽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야만 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은 물로 예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정말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답답한 현실을 느끼게 했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뇌리에 떠나지 않았던 윤옥이란 교사가 지녔던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과 아픈 손가락을  잊지 못한 한 누나의 마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감정을 보듬어 안던 그 심정들이 오롯이 독자들에게 담겨 있을 만큼 묵직한 내용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음을, 끝없이 갈구하는 누군가의 도움을 잊지 않는 정신이야말로 공존이란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시대 흐름들을 통해 단조롭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화두를 충실하게 그린 작품, 온 가족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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