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대거상 수상작가의 신작이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여러 가지 모습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을 면전에서 바라보고 그 느낌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기괴하고 별종인 예술가라도 일단 그의 작품성향이 지닌 의미를 바라보거나 기사를 접할 때면 그 작품에 대한 희소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터-
저자의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 느낀 점들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인한 자신의 작품이 어떤 경로로 인해 소각되어야만 한다는, 그럼으로써 자신의 명성이 높아진다면 과연 그 작품이 지닌 평가는 희소성의 가치를 넘어 회자되는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 전시회 마지막 날에 작품 중 하나를 소각한다. 소각할 작품은 로버트 재단에서 선택한다.- p50
기대되는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안이지란 인물을 내세워 그녀가 겪은 이상하고도 기이한,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창작지원을 한다는 예술의 뜻을 담고 있는 이들의 취지를 함께 이어가면서 흐르는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종잡을 수없는 진행으로 흐른다.
자신의 작품을 보고 예술적 후원을 하겠다는 로버트 재단과의 소통은 그녀를 미국으로 건너가게 하지만 그들의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만 한다는 것, 바로 자신의 작품 중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소각해야만 한다는 제시가 안이지에겐 하나의 모험이자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로 보인다.
하지만 도착 후 산불과 예기치 않는 그 많은 시행착오 속에 로버트 재단으로 도착한 이후 그녀가 로버트를 만나고 산책하고 예술 작품에 대한 압박(?) 내지는 창작에 대한 의견들은 점차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을 돌아보게 하는데...
원작과 복제품의 판단은 어디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그녀가 스스로 결정한 원본과 복제품 사이의 선택의 기로, 로버트란 존재를 내세우면서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고통과 작품에 대한 애정들이 때론 스릴처럼 여겨지다가도 예술가들의 생계 전환형 배달앱 활동, 이는 예술창작과 삶의 전선이란 이중의 갈림길에서 행복한 예술의 삶을 살기 위해 고분투하는 모습들을 비춘다.
로버트의 존재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도 아닌 심지어 '개'가 사람의 의사 표현처럼 결정 내려진다는 것과 이에 수긍하는 인간들의 모습 자체도 어쩌면 인간들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유, 무형의 소산이 있다면 이해가 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처음 약속한 대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소각을 막기 위한 그녀의 행동은 인간의 심리가 제대로 보인 장면임과 동시에 창작에 대한 애정과 소장품이란 가치에 대해서 여기에 현대 미술의 아이러니한 부분들에 관한 생각할 부분들임을 느끼게 한다.
특히 원본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은 작품 속 내용들이 일정한 어떤 틀에 박힌 내용의 흐름들이 아니라서 색다르게 느끼며 읽은 작품이라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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