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지르는 자의 행동과 그 악마성에 대한 세밀한 심리를 드러내면서 추리 스릴이 주는 긴장감의 몰입을 선사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도나토 카리시-
이번에도 그가 추구하는 작품 색깔들을 볼 수 있는 작품이자 한편으로는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이 아팠다.
작품의 진행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사건의 주된 기둥을 이루는 살인과 살인에 관여된 사람들 각 개인사들이 모두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있기에 비록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이 당연하다는 사실 앞에서 독자들마다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구성들이 놀랍기만 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사회적으로 교류가 없는 환경 미화원인 남자는 우연히 호수에 빠져 위험한 상황에 놓인 한 소녀를 구해주고 자신의 신분이 탈로 날까 봐 현장을 떠난다.
유력 인사의 딸의 극적인 위험은 이 모든 것을 단순한 실수로 벌어진 일로 처리하는 부모, 정작 소녀의 깊은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부모를 둔 소녀는 한 남자아이의 데이트로 인한 폭력과 동영상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사냥하는 여자는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들을 구해주는 일을 하면서 개인적인 아픔을 지닌 상태, 소녀가 빠진 호수에서 비슷한 시기에 한 여자의 오른팔이 발견되면서 직감적으로 자살이 아닌 모종의 이 두 사건이 연결됨을 느낀다.
소녀에게는 수호신처럼 여겨지는 실체, 사냥하는 여자에겐 미지의 연쇄살인범으로 생각하는 그의 본 정체는 무엇일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한 불우한 환경에서 공포와 자신의 심리를 조정하는 또 다른 미지의 사람이 등장하는 이 작품 속에는 기존의 작품 속에서도 보인 바 있는 가정폭력에 처한 매 맞는 여성들의 심리와 불안을 그린다.
특히 모성애라고 하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미지로서의 무한한 사랑만을 요구하는 인식들 속에서 진정한 모성애의 발현은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라면 당사자에겐 고통이란 감정이 함께 동반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아픔이 들어있다.
저자는 세 사람의 등장을 통해 마음속에 간직된 심연의 그 어떤 미지의 감정 폭발들이 겉으로 드러나느냐, 아니면 자제란 것을 통해 발현되지 않도록 하느냐에 따른 각기 다른 환경을 통해 범죄 상황들과 그에 대한 범죄에 대한 흐름들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그가 소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복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고 자신에게 다가온 자와 힘겹게 싸우는 모습에선 안타까웠으며 자식 때문에 극복하지 못한 부부의 사연까지 모두 양가적인 감정과 이 모든 상황들이 이해되는 고통의 감정들이 들었다.
- '네가 어디를 가든, 초록색 문만 열고 들어오면 내가 거기 있을 거야.'
아동학대 사건들의 보도를 통해서나 이성 간의 사랑을 빌미로 저지르는 폭력들의 실체를 사회성 문제로 인식하면서 그린 내용들은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것이라 그런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자의 성장이 아프게 다가왔다.
후반부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 또한 저자의 현란한 스릴과 고통에 대한 감정에 빠져있다 한방 맞은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작품, 다음 부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