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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작가

 

 

나에게 없는 것을  상대방이 갖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 있다면 나에게도 내가 원하는 방향의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심리를 꿰뚫은 작품이다.

 

 

작가 지망생으로 출판사 보조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는 플로랜스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름 대학 나오고 꿈꾸던 작품을 써보는 노력의 결실이  잘 지어진 성채 안에서 고이 자란 그 누구에겐 쉬웠을  과정이었지만  자신에겐 다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는 것-

 

 

상사 사이먼과의 하룻밤 불륜의 여파는 해고라는 과정을 거치는 와중에 초 베스트셀러인  '미시시피 폭스트롯'이란  작품으로 일약 유명해진 은둔의 작가 '모드 딕슨'의 보조로 다시 일하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

 

 

매체에도 모드 딕슨에 대한 궁금증이 많지만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 알고 보니 그 작가는 헬렌 월콕이란 본명을 가진 여 작가였고 이후 그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보조의 길을 걷는다.

 

 

차기 작품을 쓰기 위해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 그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플로랜스는 헬렌의 존재가 행방불명이 되면서 그녀 스스로가 헬렌의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과연 그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성의 심리 스릴러의 촘촘한 긴장미는 총 4부에 걸쳐 병원에서 깨어난 플로랜스의 기억과 현재 상황을 대비하며 진행하는 흐름들이 뻔한 스토리 같다고 여겨지지만 특유의 마지막 긴장감을 통해 책을 놓을 수 없는 묘한 재미를 준다.

 

 

인기 있는 작품의 후속타에 대한 부담감과 여기에 도통 알 수 없는 헬렌의 말과 행동들, 그런 그녀 곁에서 모두 닮고 싶다는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 플로랜스의 거짓말 위에 거짓말의 모래성을 쌓아가는 과정은 희비극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요, 선과 악이란 구도에서 두 여인들의 설전과 비밀들은 결코 구분될 수 없는 양상들이 그려진다.

 

 

진짜와 가짜,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과정이 힘든 만큼 절실하게 글쓰기를 통해 성공하고 싶었던 플로랜스의 심리는 모방과 그 모방의 결과물들에서 반전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들이 통쾌하기보다는 이제는 어느 누가 나쁘고 착하다는 설정들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요즘 문학의  유행인 것처럼 그려진다.

 

 

 

 

- 어떻게 A라는 인생에서 B라는 인생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B에 어울리는 사람이 될까? (···) "누구나 짐작할 만한 뻔한 방법이었어요.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본 다음, 똑같이 연기하는 거죠. 아주 오랫동안 그런 척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그런 사람이 되는 거예요.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오페라를 듣거나 비싼 와인을 즐기긴 어려우니까." _129p.

 

 

 

 

남의 인생을 내 것으로 만든다?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 내용들은 밑밥을 3부에 걸쳐서 정교하게 맞춰져 그린  내용의 흐름과 함께   4부에 이르러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드러낸 것이라 여성들의 심리 스릴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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