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사랑하고 표현하는 방법과는 다르게 와닿는, 이제는 한국의 로맨스 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무방한 최인호 작가의 작품이 새로운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영화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을 대하고 보니 새삼 시간의 빠름과 함께 작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문장 하나하나가 절로 느껴진다.
고 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여 뮤지컬로도 공연하고 있는 작품 속 두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사랑은 첫 만남부터 청춘의 풋풋함을 느끼게 한다.
민우와 다혜가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그 인연이 두 사람의 싱그러운 사랑으로 이어지지만 부도로 민우의 아버지가 쓰러지고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민우의 혼란은 두 사람의 운명을 흔든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던져버리듯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살아가는 민우는 다시 캠퍼스에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텍사스촌 술집에서 만난 은영과 함께하고 사고를 치는 상황까지 이어지자 자수를 한다.
결국 수감된 민우, 현태의 대학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취직, 사랑은 하지만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민우란 사람이 아니란 생각에 다혜와 현태를 멀리하는 민우까지 세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 어긋날 수 있을까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드는 장면이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은영과 함께하는 민우의 상처와 여기에 조카라고는 하지만 민우를 이용하려는 이모의 행동들은 이해를 할 수 없기도 하지만 뭣보다 정작 당사자인 민우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기에 다혜의 심정이 많이 안쓰럽기도 했다.
마래가 보이지 않았고 그럴수록 수렁에 빠져나올 수 없듯 민우의 인생이 그렇게 이어진 상황은 잡힐 듯 잡히지 않은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아픔을 전달한다.
만일 다혜와 현태의 노력을 알고 있던 민우가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빠른 전개법을 사용한 작가의 글은 읽는 내내 두 사람만의 사랑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선명한 기운이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 민우의 출생 비밀과 풍비박산으로 가정이 깨진 상황은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느끼는 다혜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아픔을 같이 느낀 순간이었다.
자신 때문에 앞날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생각에 스스로 다혜를 멀리했던 민우, 그렇기에 세월이 흘러도 사랑에 대한 진실한 감정을 절절히 느껴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쓸쓸한 겨울 나그네 그 자체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이 출간할 당시 민우와 다혜와 같은 시기를 지나온 독자라면 과거로 돌아가 두 주인공의 사랑을 회상 상하듯 느껴볼 수 있을 듯하고 젊은 독자라면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이 작품을 통해 당대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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