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계하셨다는 기사를 접하고 놀란 기억이 떠오른다.
타 출판 강연에서 하셨던 내용들과 함께 처음으로 만났던 '나의 조선미술 순례'는 저자의 시각이자 디아스포라의 생애를 통해 다룬 미술사적인 시선들이 내내 인상 깊었던 까닭에 이번 책을 만나면서 더욱 저자의 글이 그리워졌다.
책은 디아스포라 에세이스트로서 두 형의 구명활동으로 인한 미국 방문인 1980년,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인 2016년, 마지막 팬데믹 시기인 2020년의 시기를 통과하는 그의 방문기는 이전 타국 여행기에서도 보인 사색적인 감정과 더 나아가 미국을 직시하고 바라본 시선들이 눈길을 끈다.
재일조선인이란 존재로서 살아간 저자의 존재는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경계, 그리고 미술을 통해 자신만의 탈출구처럼 여기며 글을 쓴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여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의 한 면은 예술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 저자의 글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미술이 주는 위안과 그 위안 속에서 고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고 각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은 타 책에서 보던 글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대할 수 있어 남다른 흥분이 느껴졌다.
덜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는 담담히 써 내려간 저자의 글은 오늘날 미국이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이는 물론 소수자와 이민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볼 수 있는 제도적인 한계점들, 자유를 대표하는 나라가 진정 이런 모습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는 변화하는 모습들은 날카로운 지적으로 다가선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 지극히 사적이지 않은 태도로 일관된 글은 좀 더 나은 세계를 희망하는 저자의 기대를 느낄 수가 있어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두 주제가 공존하는 감상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가장 관심 있게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술'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그림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무지함,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 새로운 기대감을 꿈꾸는 기대감들이 와닿는다.
이제는 더 이상 저자의 글을 읽을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상당히 크게 다가온 만큼 기존의 책들을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