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던 레이건은 좁은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는 토막 난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녀,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시체를 본 순간 공황에 빠지면서 예전 일이 번복될까 봐 두려워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한때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경험과 호주로 돌아오면서 화원 운영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이제는 없으면 불편함이 느껴지는 스마트폰조차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페북, 별그램, 그 외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든 것들과는 거리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과거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는 남긴 그 사건의 여파는 화원 운영마저 위태로울 지경인데, 연이어 벌어진 사건들의 시체가 모두 그녀와 닮았다는 사실은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가 생각하는 그가 돌아온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이 작품 속에서는 현대인들의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모든 것들을 대부분 다룬다.
원치 않은 스팸메일은 물론이고 메일을 통한 협박,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가짜 동영상, 여성혐오, 여기에 딸을 믿지 못하는 믿음의 부재로 인한 소통결여까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스토커란 존재의 공포감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회관계에 이르기까지 믿음과 신뢰를 무너뜨리는지 그 과정은 섬뜩하고 강하게 다가온다.
SNS 매체가 주는 선의의 효과는 분명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자들의 무분별한 한 개인에 대한 공격과 차별적인 폭격은 하나의 작품이란 생각마저 허물수 있을 만큼 강력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정말 실화라고 하니 소름이 쫙 끼쳤다.
운이 없었다고 하기엔 정작 인간이 지닌 내면에 대한 것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모른다는 진실은 한 개인의 삶이 회복되기엔 너무도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무심코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이 때문에 한 개인의 삶이 어긋난다면?
무시무시한 세상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작품의 전개는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재미도 있지만 뭣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대인이 겪는 상실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공포감의 실체가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도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는 세태의 경각심을 울린 작품, 주인공의 답답한 행보가 보인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전체적으로 볼 때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고통과 피해들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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