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60년대라는 것만 빼고 읽는다면 지금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드러낸 듯 보인 작품이다.
서문에서 요 네스뵈가 썼듯 그가 애정하는 이 두 작가에 대한 경외심은 물론이고 작품 속에 처음 등장한 군나르에 대한 이미지가 '해리 홀레'의 모습을 연상케 했는데 혹시 이 작품을 통해 캐릭터 설정을 했는지도 궁금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은퇴한 노인이 개를 산책시키러 나왔다가 강도를 당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후 유사한 수법이 연일 발생하던 중 8세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여아 유기 살인사건...
전 작에서 보인 수사의 특징이 이 작품에서 등장한 소재보다는 무난하다(?) 싶을 정도로 현대의 이유 없는 살인이나 정신이상으로 인한 살인 사건의 토대를 이루는 배경은 강하게 와닿는다.
어린아이의 시신을 두고 펼쳐지는 수사방향에서 좀체 범인의 흔적조차 찾을 수없는 설정이라든가 단순한 신고처럼 여겨졌단 그 순간의 정보가 이렇게 큰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한방일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홀로 수사를 해왔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전 두 작품에서 보인 행보와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많은 동료들과의 협동 조사를 하는 모습들, 사건 해결에 대한 수사방향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되는 경찰계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공무원 신분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인 그들이 갖는 심신 피로와 누적된 수사 난항을 한 동선마다 실린 세심한 묘사로 인해 마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곁에서 관찰하듯 그린 점들이 지금의 경찰 소설이자 추리소설로서의 원형으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지금의 추리물가 비교해 보면 많은 부분들이 허술하고 틈이 보인다는 것이 독자들 눈에 비치지만 이 작품 라인들이 지금의 기라성 같은 추리작가들의 모태가 됐다는 사실에서는 그들의 창작성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복지 국가의 시스템이 감춰버린 속에서 곪아터지고 있는 약의 남용과 복용, 주거지가 없는 노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들을 보인 부분을 통해 사건해결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점과 모순들을 드러냈다는 것 또한 사건의 방향과 함께 사실성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 읽는 동안 시종 흥미로웠다.
당시 실제 사건을 실화로 기초로 해서 쓴 작품이라는데 이런 일들은 제발 소설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커진다.
작품성과 대중성이란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작품,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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