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에 출간한 작품집을 새롭게 개정판(리마스터판)으로 읽은 소설들, 가슴 한편에 몽글몽글 뭐라 말할 수 없는 시린 감정들과 함께 모든 작품들이 기억 속에서 한동안 떠나가질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작가가 그려온 작품들의 배경들을 생각해 보면 이 단편집들의 토대가 차곡히 쌓였음을 느끼게 되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녹록지 않음을 다시 느꼈다.
한 폭의 풍경이 주는 그 섬세함의 표현들과 문 밖에만 나가면 바로 마주 볼 수 있는 자연의 조화들은 시대적인 흐름 속에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이들의 청춘과 늙음이 비교되면서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라도 시원함이 없는 강물처럼 흘러 흘러 살아왔음을 그려냈다.
빨치산과 여수 14 연대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마음들, 뭔지도 모른 채 남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니 따라나선 아내의 말들은 역사 속에서 이름 없는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인생이 담겨있다.
마음속에 봉인했던 아픔들이 봉인해제되면서 느끼는 마음의 파편들을 그린' 양갱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봄빛'에서 만난 치매를 매개로 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것 또한 '풍경'에 이어지면서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 반, 환경에 의해 살아온 자신의 한평생을 생각하는 글들이 뒤이은 '소멸'과 '순정'에 물 흐르듯 이어진다.
토속적인 전라도 사투리를 근간에는 조정래 님의 작품을 제외하곤 읽을 기회가 없었다.
오랜만에 접한 찰진 사투리 속에 담긴 문장 속에 담긴 글들이 읽기가 수월하진 않았지만 정말 좋았다.
울타리 밖에서 핀 자운영의 모습, 구수한 된장국이 먹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저자가 그린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다져진 인생의 깊은 사유는 묵직함 그 자체로 여운을 남기고 인물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새긴 저자의 단편집들은 독자들에게도 자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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