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엘리엇이란 필명으로 쓴 [미들마치]란 작품에 대해 "성인을 위해 쓰인 극소수의 훌륭한 영국 소설 중 하나"라고 평한 버지니아 울프 말처럼 두 권의 벽돌책에 가까운 작품을 접하면서 일말의 공감이 간다.
가상의 도시 미들마치에서 세 남녀 커플들이 다른 결혼관을 통해 당대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의 생각과 남성과 여성이란 자리에서 바라보는 각기 다른 욕망들과 생각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지적열망을 갖고 있는 도러시아가 나이가 많은 캐소본을 선택했던 결혼조건은 남편을 통한 지적 소망과 그를 돕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배우고 싶어도 많이 배울 수 없었던 그 시대에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었을 결혼이란 선택, 하지만 편협하고 질투에 먼 남편으로 인해 그녀는 실망을 하는 가운데 그가 죽은 후 남긴 유언장으로 인해 분노와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한편 결혼으로 인해 신분상승을 꿈꾼 로저먼드는 리드게이트를 만나면서 행복한 결혼의 꿈을 꾸지만 리드게이트가 빚에 시달리고 의사로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생활에 곤궁이 오자 불화가 일어난다.
또한 프레드 빈시와 메기 가스의 경우도 결혼을 원하는 바는 같지만 프레드의 경우 아버지가 원하는 목사의 길과 이에 반대하며 진정한 일하는 사람이길 원하는 메기 사이에 고민하게 된다.
엘리엇은 이렇듯 여러 상황에 비춘 결혼양상을 통해 서로 다른 계급과 신분, 미들마치란 고립된 듯 보인 한적한 소도시에서 이방인 취급하듯 여긴 리드게이트나 혼혈이자 유대인인 래디슬로에 대한 차별적인 편견과 시선을 거두지 않는 모습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관념과 통속적인 순종적이고 연약한 여인상을 당연하듯 여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정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생각을 통해 서로 바라보고 제2의 인생출발점을 시작하기까지 곁들여진 그 외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정치적인 이점에 따른 선거제도와 종교, 관습, 통념에 대한 생각들, 여기에 저자의 생각이 담긴 곳곳에 포진된 비유들은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이처럼 소상하게 펼쳐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커플은 프레드 빈시와 메기 가스다.
계급을 뛰어넘어 '신랑감 길들이기'처럼 프레드 빈시란 인물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시종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보인 메기의 모습은 결혼하기까지 허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진짜 모습과 생각들을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냈다는 점에서 결혼이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준다.
이에 반해 로저먼드는 배우자와의 소통을 중시한 것이 아닌 '결혼' 그 자체에서 오는 환상만을 꿈꾼 결과 실망으로 인한 부부 사이의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또한 도러시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래디슬로와 재혼을 결정한 점은 메기와는 또 다른 결혼의 이상처럼 보인 부분이라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이란 이상향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배우자에게 힘이 되는 여인으로 거듭난 점 또한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렇듯 다양한 군상들의 집합소처럼 여길 수 있는 미들마치에서 벌어지는 여러 주제들을 통해 결혼의 이상은 무엇일까에 대한 모습들을 다각적으로 그려냈다.
그 시대나 오늘날이나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대화가 필요하며 용서와 화합에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지, 여성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펼칠 수없었던 시대에 세 여성들의 행보를 통해 각기 그들의 생각과 함께 떠나본 여행이라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새삼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결혼을 소재로 한 고전작품들을 접해왔지만 이 작품에서 보인 결혼 실사판을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과 당대 풍물화처럼 그려진 배경들로 인해 재밌게 읽은 책이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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