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에 이르는 병'이란 작품으로 서술 트릭의 반전 소설로서 영특한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저자의 새로운 신작이다.
전작이 치밀한 트릭을 이용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으로 와닿았던 것이라면 이 작품은 두 초등학생과 사이코패스처럼 보인 범인의 추격전이 주 흐름으로 이어진다.
경찰로서 가정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두 아들에게도 공포심을 불어넣은 시게오란 인물, 평화로운 가정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가 퇴근과 동시에 집안 분위기는 무엇을 기대하던 그 이상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긴박하다.
그런 가정의 맏아들 고스모가 하나뿐인 친구인 도모키와 아버지가 하던 행동을 보고 그의 추적망을 피해 엄마가 살고 있는 도쿄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탈이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정황들은 제목처럼 늑대에 쫓기는 두 말의 토기처럼 연상 불안감이 흐른다.
가정폭력의 피해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초등학생이란 신분과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이에 반하는 또 다른 감정을 보이는 고스모의 방황, 여기에 더는 엮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친구를 모르쇠 할 수 없는 여린 심성의 도모키의 시선은 불리한 상황임에도 천진한 면도 보이고 그런 가운데 어른이라면 두려움에 앞서 무엇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문제인가에 대한 결단이 부족한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인점이 눈에 띈다.
인간의 잔혹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와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이란 구성이 어떻게 해체되고 허물어지는지를, 아이들의 순수함만을 생각하면 그 이상 아픈 설정도 없을 것 같다.
겁박을 주고 더 이상의 행동저지에 선을 그어버린 시게오란 인물의 삐뚤어진 심리가 극대화되면서 펼쳐지는 끝마무리에 밝혀지는 반전도 그렇지만 시원한 해결의 마무리로 남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다소 든 작품이라 전작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수위가 낮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