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전공인 지구과학 전문연구자란 특징을 잘 버무려 그려낸 단편집이다.
7개의 작품이 수록된 작품들은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이론에 적응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설정들로 이루어져 있어 색다른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우주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작은 행성인 지구, 그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겪을 수 있는 상실과 포기, 희망, 소원, 그리움, 새로운 출발들까지 고루 담은 내용들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을 이끈다.
크레이티브 디렉터로서 사업을 하면서 이혼과 부모, 자신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가 우연히 택시 운전사와 동행하면서 깨닫는 삶에 대한 이치, 소개팅을 통해 만난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그려낸 이야기를 통해 욕망과 아름다움을 그린 작품, 부모님 별거로 학업 스트레스로 외가댁에 내려온 소년이 암모나이트를 캐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나누는 장면, 브루스 기타리스트였던 삼촌에 대한 이야기, 아내를 먼저 보낸 후 딸과 식당을 운영하는 부녀가 만난 에너지 연구원과의 만남, 가정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주부로서 살아가던 여인의 용기 있는 행보, 인생의 새내기로서 후지산과 비교해 보는 단상들까지...
각자가 지닌 삶에 대한 방향성을 지구과학, 별, 우주, 화석, 달과 연관시켜 그린 각 장마다 마주칠 수 있는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물들듯 다가온 글들로 이뤄진 작품들이라 읽는 동안 서서히 그들의 마음속에 간직된 생각들이 하나의 인생 터닝포인트처럼 마주 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 인해 인생항로가 바뀐다는 사실과 공감대 형성을 가지게 되는 흐름이 억지스러운 설정방식이 아닌 대화나 자연풍광을 표현한 장면을 통해 익숙함과 동경,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작품들이 좋았지만 책 제목이기도 한 '달까지 3킬로 미터', '덴노지 하이에이터스', '산을 잘게 쪼개다'는 인생의 각 고비마다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생각들이 담겨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도전, 인생 여정에도 퇴적층이 쌓인다는 것,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 살아온 나 자신이 살아온 나날들을 돌아보며 나 자신에 대한 인생계획을 결심하는 내용들은 단편 속에서 빛을 발한다.
단단한 바위를 해머로 깨면서 화석을 찾아가는 여정, 화석이 되기까지 무수한 세월을 견뎌낸 것처럼 우리네 인생 또한 각 개인들마다 여정이 다르기에 이 작품집에서 보인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 이야기들을 통해 잔잔함을 느껴볼 수 있는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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