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지구로 빈 집이 많아진 동네에서 벌어진 한 여중생의 죽음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사회파 미스터리물이다.
14 살 소녀인 네가는 아빠의 폭력으로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가족, 노조미는 엄마를 병으로 잃은 후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학생이다.
이 둘은 학교에서 친한 친구로 보이진 않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 어는 날 노조미가 네가와 함께 어울렸던 빈집에서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고 네가는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왜 죽였는가에 대한 동기를 묻는 형사들에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데, 과연 이 사건이 진실은 무엇일까?
네가와 마카베 형사의 시점으로 그려 보인 작품으로 흐르는 내용들은 제목 자체에서 주는 그 느낌 그대로 아픔을 동반한다.
사회파 미스터리물을 접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에 스며든 아픔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특히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에서 순수하고 한창 꿈을 향해 나아갈 아이들의 겪어야 할 비참한 현실에 대한 자각과 이를 이겨내 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의 과정은 복지사회 전반적인 체계의 문제라든가 허점들을 드려낸다.
엄마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삶,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네가가 노조미를 만나면서 함께 그들의 비밀을 풀어놓고 위안과 의지를 하며 공부하던 모습들이 실제처럼 연일 떠올랐다.
가난한 생활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생활보호자격 신청에 해당되는 자격을 얻기 위해 포기해야 만 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고민들과 타인의 눈에 자신들이 어떻게 비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두 청소년의 꿈을 짓밟은 사회 전체와 어른들의 무관심이 이들을 이토록 힘들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특히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절대 빈곤과 네가가 겪는 실생활에 대한 비교를 해주는 담임 선생님의 말은 네가의 입장에선 상당히 혼란스럽게 다가온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이는 작품에서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성의 제시 장면의 한 사례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만일 독자들이 네가의 입장이라면 무슨 마음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몰라. 너희는 몰라. 뭘 모르는 건지도 몰라."
입밖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곤 단지 위 말밖에 할 수 없었을 네가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반전에 범인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에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비애감을 느끼게 했다.
특히 같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한 마카베 형사가 사건의 재해석과 관점을 다시 바라보는 변화는 동병상련의 심정과 교차하면서도 네가에게 진심 어린 말 밖에 해줄 수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공감을 지니게 한다.
편견 없는 세상, 가난은 불편할 뿐 창피할 일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도 아니란 사실을 세상 모든 이들이 공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시대, 그 변화의 바람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날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게 한 작품이라 두 어린 청소년의 희망이 무너지던 그 밤을 결코 잊을 수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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