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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오래전 이 작품을 읽기 위해 구매를 검색했지만 절판이란 사실과 내가 사는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었고 그렇다고 중고책을 구매하긴  망설였던 작품 중 하나였던 이 책에 대한  복간 소식을 마포 김사장님이 전한 소식을 듣고 정말!!! - 믿기지 않았다.

 

 

 

이제는 기억 속의 출판사로만 존재하는 곳에서 출간됐던 책이자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선 당연히 유명한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하다는 느낌은 나만이 아닐 터, 저자가 담아낸 이야기들 속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시점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

 

 

 -유니스 파친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는 첫 문장부터 압도하는 궁금증은 일단 문맹 때문에 벌어진 그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로 독자들을 이끈 후 그 이후에 그녀가 왜 이런 범행을 벌였는지에 대해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한다.

 

 

그녀가 자라온 환경에서 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과 그 이후 가정에서의 책임감과 부담, 이후 상대방의 약점을 갖고 돈을 착취하는 행위들은 그녀의 일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가 커버데일 집안에 가정부로 채용되어 성실한 고용인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지만 그녀 안에 감춰진 불안감, 일명 문맹이란 사실을 때에 따라 감추면서 주도 용의 하게 모면하는 일상의 일들은 빙판 위를 걷는 듯한 불안감의 연속이다.

 

 

예전 어른들의 경우엔 학교에 다닐 기회가 별로 없어 문맹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글을 알고 쓴다는 행위가 사회 규범 속에서 어쩌면 하나의 권력의 도구로 이용될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데, 유니스에겐 그들이 책과 가까이하는 모습에서 그런 공포감과 분노를 자아냈다는 점은 이 작품에서 보인 메마른 심성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눈엔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지를, 설사 선의의 행동으로 인해 그녀의 비밀을 알아냈다 하더라고 그것을 받아들인 유니스의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이는 공감대 형성 부족처럼 보인 유니스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모습이나 무표정한 얼굴,  종교적인 광신에 빠진 조앤의 모습을 통해 더욱 실감 나게 드러내는데, '더 리더'의 한나을 연상시키는 부분들과 겹쳐 보여 더욱 실감 나게 다가왔다.

 

 

 

특히 그녀 스스로 범행에 대한 인지를 하는 시점에서 벌인 행동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비로소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 외엔 더 이상의 뒷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점들은 무지와 문맹, 문해의 차이가 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인다.

 

 

저자는 단순히 문맹으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 뒤에 보이지 않은 계급적인 차이에서 오는 교양과 독서, 유니스와는 반대로 책에 미친 독서광인 아들과 대조해 보임으로써 모름과 앎에 대한 경계선을 부각해 보임으로써 교류단절과 더욱 자폐적인 성향을 치닫는 한 인간의 변화를 통해 타인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부분까지 그려낸 작품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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