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는 것을 '삼국지'만큼 확연히 보인 작품도 없을터, 그렇기에 무수히 많은 영웅들이 펼치는 세계 속에서 여성으로 등장하는 '초선'이란 인물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초선 하면 여포가 자석처럼 끌려다니고 그런 둘의 관계를 펼치는 긴장감과 후에 그들의 이야기는 삼국지에서도 유독 인상이 깊이 남는데,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적다는 것.-
여기에 그 아쉬움을 달래줄 박서련 작가가 그리는 초선의 이야기는 제삼자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담담히 풀어낸 인생 이야기로 여성 서사 문학에 또 다른 감흥을 낳게 한다.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에 자식을 타인의 음식으로 이용되기 위해 팔려간 것을 시작으로 도망쳐 거지들 무리에 섞이고 이후 전쟁으로 인해 자사 왕윤에 의해 발견돼 양녀로 받아들여졌다가 다시 가기로, 이어서 동탁과 여포 사이를 오고 가면서 한순간도 삶에 대해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초선의 삶의 진행은 작가의 빼어난 상상력과 마치 그 시대의 초선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생각은 어떠했을지를 들려주듯 그린다.
남성 위주의 세계에서 권력 쟁취와 전쟁이 난무한 가운데 자신의 양아버지에 대한 연모, 그 연모마저 정략에 이용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길을 걸었던 여인, 자신을 거두어준 양아버지에 대한 은혜와 연모는 이렇게 동탁과 여포란 두 사내가 여성의 몸을 탐하고 이용하는 가운데 그들의 사이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칼의 힘이 주는 권력에 비교되는 여인의 당당하고도 대찬 기세를 엿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인 관습과 문화에서 오는 여인들의 한정된 구속된 삶에 정주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제삼자의 삶처럼 그려 보인 듯 그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세 남자의 운명과 함께 했음에도 최후의 마지막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쥔 자는 그녀 자신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초선에 대한 제약이 많은 빈 공간의 이야기를 채우고 다듬어 나간 저자의 글 구성은 담비와 매미를 가까이 두고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소원이 이뤄진 것 같아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스스로의 삶에 대한 애정이 담긴 부분이란 생각도 들게 한다.
그토록 뛰어난 영웅의 시대였음에도 결국 살아남은 자는 초선, 그 자체요 '나'라 불린 여인이란 점은 서사가 많은 삼국지에서 유독 돋보인 여인의 초상이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던 여인으로서 선과 악, 배신을 뛰어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간 이야기라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