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간된 '힘겨운 사랑'이란 이름으로 재출간된 작품의 절판 작품이다.
처음 출간작 제목은 '사랑의 신드롬'으로 출간됐었고 이후 '이런 사랑' ,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나기까지 저자의 글을 좋아한 독자들이라면 이번 개정판의 만남이 새로울 것 같다.
그저 스치고 지나쳤을 한순간의 일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개인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촘촘히 그린 이 작품은 기존의 저자의 글쓰기 방식 그대로 이어진다.
과학 논문기고가로서 이름이 알려진 조는 함께 살고 있는 클라리사와 오랜만에 피크닉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열기구 고장으로 한 소년이 탄 채 외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몰아치는 바람의 세기를 감당할 수 없어 상공으로 뜨기 직전에 처한 것을 보게 된다.
조를 비롯한 각기 다른 장소에서 4명의 남자들이 달려오고 밧줄을 잡게 되지만 결국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손을 놓아버리게 되고 존 로건이란 남자만은 끝까지 놓지 않은 채 끌려가다 결국 죽음을 맞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연찮게 목격한 현장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던 그 일들이 제드 패리와 엮이지만 않았어도 넘어갈 일들이었는데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일로 악화된다.
줄거리상 사고의 현장에서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행동과 소년을 구해내지 못한 자책감에 이어 제드의 끊임없는 자신을 향한 사랑의 애정행보는 그를 숨 막히게 만든다.
종교란 믿음으로 자신에게 먼저 신호를 보냈다는 그의 주장과 이에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그에게 가볍게 생각할 것을 권한 클라리사의 말, 경찰마저도 그의 말에 대한 근거로 법적인 어떤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말밖에 들을 수없었던 조-
이성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조와 키츠 연구로 감성적인 클라리사의 대조, 여기에 제드의 스토커로서의 행보는 과격한 어떤 제스처가 없었기에 조의 입장에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들이 없었다는 외로움, 여기에 저자는 견고히 다져진 두 사람의 애정에 제드가 등장함으로써 서서히 균열이 가는 진행들을 그린다.
첫 문장부터 독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주변의 조각들을 하나둘씩 이어 붙이며 결정적으로 한순간의 몰입을 그리는 방식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 또한 타 작품들과 비슷한 흐름들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작품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원인과 결과들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클라리사는 처음부터 자신과 함께 의논조차 하지 않았단 생각을 드러낸 편지 부분에선 나의 생각은 조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시기적절하게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단 것을 클라리사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쌓인 감정의 서운함 들은 쉽게 이들을 화해시키지 못했단 점이 아쉽게 다가왔다.
만일 조가 말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행동을 취했다면 그들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지지 않았을까?
제드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하긴 그렇게 일방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 그를 다독였더라면 이후의 상황은 좀 더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여기엔 제드가 갖고 있는 상대방에게 망상적인 강렬한 사랑을 느끼면서 편집증을 드러낸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란 것을 갖고 있었단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높이면서 스릴러 같은 느낌과 스토커를 대하는 조의 심리적 불안과 압박감에 대한 변화들을 잘 보여준다.
무신론자인 조를 향한 신을 믿는 광적인 제드, 소통의 장애를 겪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이란 감정의 발산을 어느 특정 상대에게 사랑을 쏟아 부음으로써 혼돈과 극에 치닫는 여정은 두 사람의 이분법적 대립만이 아니라 존 로건의 부인이 갖는 심리의 변화와 반전이 깃들어 있어 사랑에 대한 유효성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읽는 내내 제드의 광기는 물론이고 조와 클라리사의 관계 또한 답답함을 느꼈다.
일방통행의 사랑, 한번 깨진 신뢰와 믿음을 바탕에 둔 사랑을 회복하기까지의 어려움들을 느껴볼 수 있는 내용은 과학, 심리학, 유전자학, 종교, 문학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포진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들려주는 부분은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분위기 역할을 한다는 점은 신선했다.
책 윈제목이 ENDURING LOVE다.
책을 읽고 나면 그 의미가 더욱 와닿는 제목, 뒤편 부록에 수록된 내용을 읽으면 모든 사항에 부합되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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