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문고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제목 그대로 밀실살인에 대한 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삼 년 전 아버지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미쓰무라 시쓰리는 “밀실의 불해(不解)증명은 현장의 부재증명과 동급의 가치가 있다.”라는 판례에 따라 무죄로 풀려나고 그 이후 밀실살인이 증가한다.
즉 밀실살인으로 벌어진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범인들은 유유히 법망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 속에 경찰에서는 밀실사건을 담당하는 부서까지 만들며 대응한다.
이런 사태는 또 다른 직업군들을 양상하게 되는데 밀실 트릭을 제공한다거나 살인을 대신해 주는 밀실 대행업자까지 이른바, 밀실살인의 시대다.
한편 고등학생 구즈시로는 소꿉친구인 아사히나와 함께 소설가 유시키로 뱌쿠야가 살던 설백관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은 호텔로 변한 후 영업 중인 곳으로 십 년 전 작가가 만들었던 밀실의 비밀을 풀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
추리를 좋아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던 이곳에 모인 사람들, 그러나 한두 명씩 시체로 변한 채 발견이 되면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 모두가 밀실살인이란 점, 매 사건마다 다른 트릭이 동반되면서 벌어지는 설백관에서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클로즈드 서클에 대한 다양한 범행 현장 해석과 풀이들이 시종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삼 년 전의 사건 용의자인 미쓰무라가 펼쳐 보인 밀실 트릭의 해법은 구즈시로와 함께 범행현장에 대한 정황과 이에 동반되는 증거물들을 통해 어떻게 사건이 벌어지게 됐는가에 대한 초점, 사건현장에 대한 세세한 묘사, 그 묘사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독자들도 함께 범인 쫓기에 동참하게 하는 역할들은 12명의 각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함께 유연히 흐른다.
죽은 이의 곁에 있던 트럼프 카드에 담긴 의미추적과 함께 십계마저 응용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밀실 트럭을 창작했던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오마주함과 동시에 고립된 지역에서 사건을 풀어야 하는 긴장미 속에 심각한 상황임에도 코믹처럼 여길 수 있는 대사들도 눈에 띈다.
데뷔작으로 밀실살인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온 내용들은 밀실살인에 대한 세부적인 6종류의 밀실 트릭을 선보인 만큼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읽게 된다.
왜 죽여야만 했는가에 대한 사실의 비중보다는 밀실이란 공간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실행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중점을 둔 내용이라 한치의 빈틈도 용납되지 않은 시간차 공격과 타인의 주위분산, 도구와 장소를 어떻게 이용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한 점들은 신인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삼 년 전 살인범으로 지목된 이의 놀라운 추리력과 함께 정말 그 당시 사건의 범인일까에 대한 의문들이 겹쳐지면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마지막 범인 찾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앞에 밀실 트럭이 주는 모종의 두뇌 플레이 가동은 차후 작가가 좀 더 밀도 높은 글의 구성력이 보완된다면 밀실트럭에서 볼 수 있는 해결풀이의 짜릿함을 넘어 진중함까지 느껴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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