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과학자들을 꼽으라면?
어린 시절부터 책을 통해 접한 인물들은 대부분이 서양인들, 인류사 역사에서 획기적인 발명이나 어떤 논제를 증명함으로써 오늘날 인정받고 있는 아인슈타인, 뉴턴, 다윈...
그러고 보면 의문을 지니지 않은 채 당연하게 받아들인 서양과학사가 동양보다 훨씬 발전된 학문의 토대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없었던 듯하다.
이 책은 소위 말하는 뒤에 가려진 '지워진 과학자'들을 통해 과학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보이게 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서양의 과학 발달이 서양이란 공간에서만 이뤄졌다는 데에 반하는 의견을 들려준다.
서양이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 이슬람 문명뿐만이 아니라 동양에서의 과학 발전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서양 또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인데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반쪽짜리 과학사만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역사에서 누락된 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들려주고 세계사에 대한 올바른 방향과 기술 패권에 대한 흐름들을 들려주면서 근대과학의 기준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부터 묻는다.
그는 근대과학이 1500년에서 1700년 사이 유럽의 코페르니쿠스부터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코페르니쿠스를 비롯한 근대과학은 세계의 다른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의존했음을, 여기에 더 나아가 과학은 노예제와 제국의 성장에 발맞춰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책에 적힌 내용들을 따라가면서 읽은 과학사에는 인류의 큰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여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를테면 지중해 해적에 붙잡힌 오스만 제국의 천문학자부터 남아메리카 농장에서 약초를 캐던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 일본의 도쿠가와, 멕시코의 유전학자에 얽힌 이야기 외에도 세계를 넘나들며 그들이 이룬 성과들은 현재 우리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해 준다.
이렇듯 저자가 펼친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단순히 과학만이 아닌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관계, 여기서 결합된 신냉전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에 대한 올바른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부분들을 남긴다.
학문적으로 보는 과학사가 다는 아닌 정치와 역사가 있었고 그 안에서 우리들은 한쪽에만 기울어진 타성에 젖은 학문의 실체를 보는 것만이 아닌 고른 편향의 시선으로 잘못된 학문을 바로잡을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과학사를 이렇게나 쓸 수 있구나! 를 생각하며 읽은 시간이 즐거웠다.
과학과는 멀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라도 책 지면에 할애된 사진을 통해 그 시대를 느껴보며 읽는 시간의 호기심 폭발은 물론 새로운 시각에 접근해 다룬 내용들이라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은 책, 일단 부담 없이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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