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인 케이트는 인구의 1%를 차지하는,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을 잊지 않는 '초인식자'다.
이런 능력은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과 공조하며 일하게 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다행히도 회복되어 가고 있고 병원에서 만난 사업가로 유명한 롭과도 순조로운 새로운 사랑과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어느 날, 연인 롭이 태국에서 자신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본 이후 롭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날로 나는 끝장이 나고 말 거야. 그는 내 인생을, 나, 당신, 집, 회사, 내가 이룬 모든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전부 차지하게 될 거야."
첨단 IT 업계의 사업가인 그가 집안의 곳곳에 설치된 첨단 장치들은 물론 타국에서까지 사업확장을 벌이고 있는 뛰어난 감각을 지닌 그가 도플갱어에 대한 미신을 믿고 두려워한다는 점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 케이트였지만 이후 자신의 목숨까지 노리는 그 누군가의 행동으로 위험에 처하자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낀다.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 온 롭을 바라보는 케이트의 시선은 알듯 말 듯 한 감정으로 휩싸이는 가운데 한편 전 남자친구인 제이크는 자신 앞으로 온 우편을 통해 케이트의 교통사고와 연관된 영상을 접하고 이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악하고자 케이트와 함께 일했던 사일러스를 찾아가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이러는 가운데 점차 그들을 옭아매 듯 다가오는 위험 감지는 점차 케이트로 하여금 자신의 정신감정조차도 의심하게 되는, 일명 카그라스 증후군이란 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과연 케이트의 정신 이상병일까? 아니면 누군지 모를 그 존재, 롭이지만 롭이 아닌 도플갱어의 소행일까?
흔히 쌍둥이는 아니지만 나와 같은 분신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도플갱어를 실제 만난다면 그 기분은 굉장히 어색할 것 같다.
마치 나의 분신이되 겉모습만이 아닌 내면까지 같다면, 분명 그의 행동과 말투에서 확실하단 마음이 들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부분들이 스칠 때 느껴지는 초조감들, 내가 이상한 것인가? 예민한 정신 탓일까? 작품에서 보인 케이트가 느낀 표현할 수 없는 미지의 초감각적인 이상한 느낌들은 조금씩 스며들듯 조여 오는 공포감의 극대치를 치닫는다.
작품 속의 분위기는 심리 스릴러답게 조금씩 독자들의 생각과 마음들을 케이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입된다.
개인적으로는 초반 사건 전개상 롭이 도플갱어가 내뱉은 말에 대해 그가 믿는다는 설정이 사건의 원인 제공으로는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는 점이 작품 소재상 허술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저자의 사건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진실 향방의 키를 쥐고 있었단 점에서 차후 밝혀지는 진실을 대하고 나면 수긍하게 되는 부분이고 이를 위해서 펼쳐진 각 사건들의 연관성들은 모아놓았을 때 큰 그림이 됨을 느껴볼 수 있다.
안면 인식장애의 반대 케이스인 초인식자인 케이트가 경찰과 공조해 벌여온 사건의 중심점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사실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도플갱어로 바뀌었다고 믿는 정신병인 카그라스 증후군이란 병명이 아닐까 초조해하는 케이트의 심리가 그려지면서 밝혀지는 범인의 행보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전의 반전 때문에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특히 인간 두뇌의 P3 극파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융합을 실현해 범죄 색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계획은 비록 작품 속에서의 설정이지만 만약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적용된다면 인공지능 융합의 시대의 발전도 머지않았음을 시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나에게 겉모습만 같을 뿐 내면이 다르다거나 겉과 속이 모두 똑같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마주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내면에 '악'의 근원에 관한 여러 가지 상황을 그려보게 되는 상상력이 동원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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