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추리스릴러물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1권부터 시작해 어느덧 9번째 작품으로 만나게 된 이번 작품 또한 주인공 마르틴 베크의 녹슬지 않은 수사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스웨덴 남단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여인의 실종사건,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모든 가정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그곳에서 그녀가 사라진 일은 국가범죄수사국 살인 수사과 책임자인 마르틴이 수사하게 된다.
그녀가 살고 있던 근방에 전 작품인 '로재나 사건'의 범인인 폴케 뱅트손이란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녀의 이혼한 전 남편인 베르틸 모르드가 주요 용의자 선상에 떠오르면서 이들을 심문하게 된다.
모든 정황상 이들 중 한 명이 죄를 저질렀을 확률에 대한 생각은 윗선의 빠른 사건해결과 동시에 자신들의 안위에 집착한 전형적인 매너리즘에 빠진 권력자들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마르틴의 느긋함과 집요한 사건 추적방식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지금처럼 발달된 과학의 발전으로 쉽게 사건의 실마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시대와 빠른 전개 방식의 추리물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전개방식임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그녀가 사라진 원인과 나중에 발견된 사체, 용의자 선상에 선 두 사람의 결백을 주장하는 말, 정말 이 두 사람들은 그녀와 관계가 없는 것일까?
오리무중으로 빠져들 이 사건은 또 다른 경찰의 죽음으로 인해 뜻밖의 전환을 맞이하면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전체 사건을 다루는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바로 저자들이 다룬 사회고발성 부분이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나라에서조차 젊은이들의 실업률과 사회에 불만을 느끼는 시선들과 경찰조직 내에서의 타락한 모습들, 여기에 범죄 소설이 지닌 단순하고도 명쾌한 풀이를 중점으로 두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모순들을 함께 보임으로써 마르틴 베크란 인물이 지닌 경찰로서의 사명감들을 개성 있게 그려낸다.
특히 경찰이란 신분이 주는 자긍심 앞에 변화되어 가는 경찰 조직 내의 체제에 염증과 스스로 겪은 일로 인한 괴로움에 고민하는 콜베리란 인물의 심리 변화도 눈여겨볼 만한 장면이다.
연관성 없을 듯 보인 두 개의 사건이 맞물리면서 범인이 밝혀지는 전개도 흥미롭고, 개인마다 살아온 인생의 모습 또한 전편 시리즈물과 함께 서서히 변화된 모습을 읽는 것도 이 작품 시리즈를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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