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검은 얼굴의 여우]에 이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2016년도에 읽었던 전 작에 대한 기억이 이번 작품 안에서도 초반부터 비치지만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는 독립된 이야기로 시대적 배경도 태평양 전쟁 직후다.
저자의 특징인 호러와 추리를 겸비한 분위기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주인공 하야타가 탄광에서의 일 이후 이번에 도전한 직업은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다.
패전 이후 만주 건국대학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그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조국에 대한 현실에 환멸을 느꼈고 학교를 나온 이후 그는 여러 일을 전전하다 바닷가 마을의 등대지기로 발령이 나면서 벌어지는 일이 흐른다.
거친 파도와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 여기에 등대가 세워진 장소도 가기도 험난하고 이런 느낌은 전 작에서의 탄광에서 벌어졌던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되살아남을 느낀다.
고가사키 등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미지의 장소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마을 숙소 주인으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욱 이런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등대까지 안내할 사람마저 나타나지 않자 홀로 길을 나서는데 숲을 횡단하며 가는 길 여정 자체가 험난함을 넘어 곡예 수준의 절벽과 빽빽한 숲을 통과해야만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 모습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뒤를 쫓는 묘령의 소리, 길을 잃은 그가 머문 곳은 숲 속의 하얀 집이었고 그곳에서 가면을 쓴 할머니와 소녀를 만나게 된다.
하야토는 그곳에서 여관주인이 “만약 길을 잃더라도 하얀 집에는 가지 마세요. 거기서 묵으면 안 됩니다.”란 내용이 담긴 도시락 쪽지를 보게 되는데, 과연 이 마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작이 어둠의 탄광을 배경으로 다룬 내용이라면 이번엔 반대로 온통 하얀색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무성한 불길한 존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년의 시간을 넘어 등대가 있는 그 마을에 감춰진 수수께끼는 무엇이며 그 공포의 실체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환상인가에 대한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마치 등뒤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미쓰다 신조의 특허답게 자신의 나라에서 전해오는 민속신앙과 인간의 이성을 적절히 혼합해 공포의 무게감을 실어주는 작품의 세계는 허상과 전래가 혼합되어 드러나는 무시무시한 소름과 증오와 살의에 이르기까지 읽는 동안 저자가 이끄는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만큼 감정에 이입하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도조겐야 시리즈를 비롯한 다른 작품과 전작도 그렇고 이번 하얀색 등대가 우뚝 서 있는 바다마을의 이야기 또한 기이한 괴담이 서려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용한 인간들이 저지른 일인지, 아니면 어떤 특정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의해 벌어진 일인지 민간신앙 속 하얀 마물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여러 가지 혼선을 주면서 몰입도를 높인 호러 미스터리의 세계, 저자가 그린 공포를 즐겨보고 싶다면 만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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