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에 대한 많은 작품들을 가운데 가장 익숙한 작가들은 누가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로도 유명한 작품들을 우선 떠올려 보면 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들에겐 러시아 문학이 낯설지 않지만, 그럼에도 읽는 데엔 만만치 않은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문장에서 오는 진중함과 무거움들이 러시아만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한 강의를 듣듯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8세기부터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활동했던 러시아의 작가들과 시대적으로 당시 유행했던 문학사조와 정치격변기 속에 문인으로서의 창작활동, 그 결과물로 오늘날 우리들에게 고전문학으로 대할 수 있게 된 흐름들을 일목요연하게 들려준다.
우선 목차들을 보면 책 전체의 주제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와 여기에 각 세기별 권력자와 문학의 관계, 농노들의 삶과 전쟁, 사랑, 그리고 인간 본성의 근원 밑바닥에 있는 책임감과 종교관까지 폭넓은 러시아 문학이 지닌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는 데에 이 책의 강점이 돋보인다.
18세기 러시아 고전주의 문학은 프랑스 신고전주의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최초의 시인인 데르자빈의 작품을 비롯해 포비진, 카람진 같은 당대의 유명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18세기의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 이 책을 통해서 작가들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 이들도 있지만 저자가 다룬 방대한 문학 라인업에 대한 소개는 읽는 동안 지루함을 몰랐다.
마치 교수님의 강의를 듣듯 작가들의 작품 소개와 줄거리, 작가가 이 작품을 쓴 당시 시대상의 정치적인 변화와 작가가 지닌 철학적인 인생관, 이런 영향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의 연관된 일들을 담고 있기에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이어 19세기에 접어들면 비로소 지금 고전문학이라 일컬어지는 황금시대를 맞이했던 작가들의 작품들 소개가 이어지고, 당시 낭만주의 시대 대표자인 푸시킨, 고골, 레르몬토르의 작품세계, 희곡작품들은 물론 각 작품 속 주인공들의 입체상을 통해서 당시의 귀족제도나 전제정치의 반발한 새로운 인물창조의 발판을 이루어나간다.
이후 자연파와 사실주의를 거쳐 상징주의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고골과 벨린스키의 작품 소개를 통해 쉬운 이해를 돕고 있으며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인간을 둘러싼 묘사 자체에 현실성을 부여한 작품들이 출간된다.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워낙 유명한 작가들이라 할애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성격의 비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인생 철학과 작품들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인간 본연의 실존과 사회적인 변혁기에 맞선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의 주요 변화를 함께 느껴볼 수 있어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마지막 20세기에 들어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과 인생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시대의 정면돌파를 통해 역사적인 사실들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스베틀라나. 닥터 지바고의 파스테르나크의 인생, 이는 타 소설에서 차용된 소재로써 다룬 작품들도 생각났고, 솔제니친의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절규를 그린 작품 소개는 작가 자신의 소신 있는 작품활동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란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처럼 방대한 러시아 문학계의 작품들을 넓게, 그리고 주제별로 세분화로 다룬 내용들은 주 전공자가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라 읽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깊게 다가왔다.
자칫 전문적으로 빠져 일반 독자들이 쉽게 지칠 수도 있는 부분들을 적절하게 작품 속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 작가의 의중을 다른 방향으로 배치한 편집 또한 좋았다.
뭣보다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러시아 문학만의 엑기스를 담아낸 책을 접했다는 즐거움이 크게 다가온 시간이라 추천 목록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