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단편의 거장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총 6편의 단편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그린 세계는 현실 속의 불협화음과 그런 껄끄러움이 실상은 보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는 인생의 한 이면에 있는 부분이란 것을 그만의 유창한 문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책 제목인 '패스토럴리아'만해도 그렇다.
테마파크에서 동굴 속 야만인 흉내를 내며 염소를 구워 먹고 '인간 폐기물'을 처리하며 영어 금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며 살아가는 '나'-
동료에 대한 심사평을 올려야 하는 과정 속에 해고의 불안이 닥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의 불편함이라니...
그런가 하면 종교에 빠진 여동생과 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윙키), 가장 현실적인 백인 저소득층의 삶을 그린 '시오크'는 손님들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퇴물이 되고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스트리퍼 '나'의 삶을 이모의 죽음과 마주하며 가난과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외에도 자시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를 상상하는 망상에 젖은 이야기, 중년이 되도록 엄마와 살고 있는 이발사의 눈물겨운 데이트 이야기, 소아성애자로 오해받을까 아이들에게 미소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소심형의 끝판왕 모스의 이야기인 '폭포'까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분뇨이야기로 분위기를 깨는 초반부터 염세적으로 비친다.
목가적이란 뜻의 패스토럴'pastoral’을 비틀어 만든 '패스토럴리아'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각 등장인물들의 삶은 정상적인 부분들이 거의 없고 외부의 힘에 의해 적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갑갑함과 불쾌함을 비틀고 부족함으로 가득한 세상의 부조리함으로 비친다.
때론 코믹한 부분을 통해 웃음도 나지만 그 상황 자체 또한 겉만 우스울 뿐 내면의 세계는 잔인하며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마저 접어야 하는 현실성의 비참함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가 있다.
읽는 동안 저자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를 연신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조지 손더스 자신이 쓴 단편이란 점에서 내내 작품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작품인 '패스토럴리아'에서 보인 상황파악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인 내용 자체가 뒤틀린 부분들을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읽어야 했기에 이는 저자가 의도한 바라면 불쌍하기에 우습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공감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만의 유머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이것도 유머라면 유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읽고 난 후엔 유머가 지닌 그만의 저 깊은 속내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런 식의 단편을 쓸 수도 있구나를 느껴본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