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에 이은 3부작 시리즈로 불린 마지막 작품, [우리 슬픔의 거울]이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것이 추리 스릴러였는데, 당시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던 재미와 긴장감을 준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을 읽었을 때는 조금은 생소했던, 그렇지만 나름대로 여전히 그만의 재미와 역사적인 배경을 다룬 이야기는 추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작품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반발직전을 배경으로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교사이자 레스토랑 여직원인 루이즈가 단골손님인 70대 노인으로부터 옷 벗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엉뚱한 제안을 받아들여 그 앞에서 옷을 벗으면서 벌어지는 상황들, 가브리엘과 라울, 페르낭으로 이어지는 군인 이야기, 사기꾼(?) 테지레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과거와 미래에 이르는 그들의 인생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은 이들을 따라가며 어느 순간 추리처럼 여길 수도 있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특히 페르낭의 경우 부인과 생각하던 세계를 생각할 때 진정으로 필요한 세계는 무엇일지도 생각하게 하고 뭣보다 작가가 그리는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미워해야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테지레, 신부님의 캐릭터는 웃픈 상황을 잘 그려냈다.
비극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필력,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전쟁이란 상황을 겪으면서 저마다 현실에 적응하며 참담한 상황을 그린 부분은 지금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절로 떠오른다.
분명 슬픈 상황인데도, 그런 분위기를 역으로 시트콤이나 코미디를 연상하듯 그린 저자의 작품은 전쟁이라는 당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존재가 역사와 사회의 변화하는 시스템 속에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렸다는 점에서 총 3부작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르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썼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으로 만나도 좋을 것 같은 내용, 전쟁이란 평화의 반대가 아닌 그 무의미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다만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추리소설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