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우루스

 

 

야스나야 폴라냐 문학상, 빅 북 어워드, 리드 러시아 어워드 수상작,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을 만나본다.


기존 고전문학에 치중해 접해온 러시아 문학을 이번 이 작품으로 인해 보다 넓은 폭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만큼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라 500여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글밥 속에 담긴 저자의 시적인 문체로 인해 지루함을 모르고 읽은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15세기 중세 러시아로 '아르세니'라는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역병으로 모두 돌아가시고 약제사이자 마을 의사 역할을 하고 있던 할아버지 흐리스토포르의 손에 성장한다.


그를 따라 약초의 유용성과 자연과 삶, 죽음에 이르는 많은 것들을 듣고 의술까지 배운 그는 할아버지 사후 그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에게 같은 도움을 준다.


어느 날 우스티나란 여인을 집 앞에서 만나게 되고 이후 그 둘은 부부가 되면서 살아가던 중 우스티나는 출산 도중 아기와 함께 사망하고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에 빠진 아르세니는 그녀와 아기에게 속죄와 영혼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독일을 비롯해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을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고행의  순례자 길을 선택한다.


이후 여러 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 아르세니-


마치 자신의 생보다는 네 명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듯 유로비틴 우스틴, 암브로시우스, 마지막으로 라우루스란 수도자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정을 그려낸 작품은 인생의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된다.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하고 자녀의 탄생을 보는 것, 이후 노년에 들어서 죽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의 진리는 생과 사라는 두 길에서의 순환하는 원을 연상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시작이 첫출발이라면 죽음은 기존에 행해온 모든 것들을 마무리 짓는 동선의 끝자락임을 느끼는 과정은 특히 아르세니가 암브로조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부분에서 시대를 훌쩍 넘나드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러시아의 움베르코 에코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과 인생의 각기 다른 사건과 만남들로 인한 조각조각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모자이크를  형성하듯 삶 안에 담긴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또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운명일 수도 있고 행복과 불행을 모두 경험하고 살아가는 가운데 알게 되는 신비로운 부분이 아닐는지...


러시아 중세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에 녹아든 고대 러시아 문학과 상상력은  기타 유럽권 문학에서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술적 시공간처럼 이어지는 중세와 근현대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글의 유연성과 현대에도 의미 있는 보편적 주제를 보인 문장들은 러시아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자 감성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지와 증거  (2) 2023.10.07
브처스 크로싱  (3) 2023.10.05
백룸  (2) 2023.10.02
습기  (0) 2023.09.27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0) 202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