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잇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집인 '기도를 위하여'-
그동안 '잇다'시리즈를 접해오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이라면 익숙지 않았던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단 사실이다.
단권으로 출간되는 작품으로 만나보기 힘들었던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여성 작가들과 현대 여성작가들의 콜라보를 통한 시리즈란 기획은 이번에도 여전히 설렘을 가지게 했다.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고 대답했던 김말봉 작가의 솔직함은 자신이 소설가란 직업을 갖고 어떤 자세로 작품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세 편의 내용을 통해 당 시대에 여성들의 삶과 사랑, 사회체제 변화에 눈을 뜨는 과정들은 소설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웠고 톡톡 튀는 발상이나 유머는 어색함 없이 다가온 점들이 인상 깊었다.
한국 근대 문학의 유명 작가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교과서나 단행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분들이 있는 반면 이번에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처음을 만나봤다는 사실은 동시대를 함께 살았고 창작의 열을 불태웠음에도 우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이 들게 한다.
여기에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란 작품이 김말봉 작가의 '망명녀'의 바통을 이어받아 자연스럽게 이끄는 글이 주는 힘은 서로가 교차하면서도 다른 것과 같은 것들이 오버랩되는 듯한 감상과 함께 김말봉 작가의 본거지였다는 부산을 거닐며 감회를 다룬 글이 참 좋았다.
시대를 넘는 경계를 허무는 시도, 그 시도가 문학 본연의 맛과 느낌을 오롯이 즐기며 읽을 수 있다는데서 '잇다' 시리즈의 남다른 돋보임이 보인다.
소설가로서 쓴다는 행위에 보람을 느낀 김말봉 작가, 일단 글이란 대중들에게 통속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재밌게 읽혀야 한다는 것, 눈으로 글만 읽는 것이 아닌 글 속에 내가 빠져들어가는 시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일찍이 알았던 작가의 만남이 즐거웠던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