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라인들 중에서 장편이든 단편이든 간에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된 작품집을 만나보게 될 단편모음집이다.
총 6편의 단편집들은 각기 서로 다른 소재와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야기 패턴형식으로 흐르는데 이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식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표제작 제목인 tv피플에서 평균치의 인간 신체 사이즈보다 작은 TV피플이 갑자기 방문하면서 tv설치를 하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 그런데 정작 아내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행동들은 보이지 않고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TV화면을 틀자 TV피플이 화면 밖으로 나와 아내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말을 남긴다는 이야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어떤 단서조차도 없는 구성의 내막이 궁금하게 여겨지면서 단편의 속성상 이야기를 맺는 것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이어 20살의 남자와 27살의 유부녀의 만남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그린 단편, 자신이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다는 여인의 말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인상 깊었고 하루키 자신의 페르소나처럼 느낄 수 있는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는 1960년대의 고등학교 시절에 경험한 첫사랑 여학생과의 순결과 사랑에 대한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통해 이후 어떤 해후와 그녀가 약속했던 일들을 지키지 못한 것들을 들려주는 동창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 스릴처럼 다가오는 '가노 크레타'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로 다가왔고 '좀비' 또한 결혼을 약속한 남녀의 갈등을 솔직하게 대화하는 부분을 통해 이 결혼을 정말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이후에 대한 결말이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마지막 '잠'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나름대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잠든 남편과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들을 생각하고 되돌아보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 이어 죽음을 생각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열린 결말내지는 궁금증을 더해가는 이야기의 진행이 단편 속성상 뚝 끊어지는 아쉬움 속에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갈래의 길을 나름대로 그려낸 여섯 편의 단편집은 현실보다도 더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되려 진짜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이것이 바로 하루키 작가만의 포인트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다소 다른 느낌들이 든 것도 있었지만 저자의 문학적인 색채에 색다른 신선함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단편집을 통해 만족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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