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창인 토니, 캐리스, 로즈는 지니아의 장례식에 참석을 한 적이 있는 관계로 그녀들의 인생의 공통점은 모두가 지니아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학자인 토니, 잡화점 직원이자 심령술에 관심 있는 캐리스, 사업가로 성공한 로즈는 지니아가 그녀들의 삶에 끼어든 순간 가정이나 연인 관계에 파탄이 났으며 심지어 죽었다고 믿었던 그녀가 다시 살아있다는 현장을 목격한 이후 더욱 혼란스럽다.
자신의 태생을 각자에게 모두 거짓으로 설명하고 남편이나 애인을 빼앗아 도망갔으며 다시 남자를 버리는 행동, 그녀 때문에 죽거나 다시 생활로 돌아와 함께 하면서도 여전히 자신들 주변에 맴도는 지니아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하다.
소설은 각자의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상태를 그리는 형식을 취하는데 연약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자신의 처지를 그리는 지니아의 탁월한 연기력과 무엇이 진짜이고 허구인지를 가름할 수 없는 팜므파탈의 모습을 보인다.
그녀들이 식사하는 장소에 나타나 다시 그녀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인 지위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는지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지니아란 인물에 대한 분석은 읽는 내내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자신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주하는 그녀의 진실은 무엇인지, 그렇다고 이들 세 여인이 지니에게 제대로 당한 점 외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자신들의 어린 시절 불우했던 가정사와 더불어 현재에도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지니아의 어떤 면모를 한 번쯤은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중성의 심리 변화가 사실적으로 다가온 점이다.
-아무튼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무나 되고 싶지는 않다. 가끔은 단 하루만이라도, 단 한 시간만이라도, 어쩔 수 없다면 단 오 분만이라도 지니아가 되어 보고 싶다.
여성 사학자로서 동료는 있어도 동지는 없다는 학계의 남녀차별, 어린 시절 당했던 성적 트라우마, 두 종교 사이와 난민 출신 아버지의 비밀들을 알고 있는 세 여인의 성장사는 저자가 세 여인의 성장을 통해 그린 가부장제 속에 여성으로서의 자아실현, 여성 사업가로서 골치 아픈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들, 여기에 지니아가 있건 없건 간에 항상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현실의 모습은 지니아로 대표되는 악마의 모습과 그 너머에 있는 사회적인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동화 제목인 '도둑 신랑'을 변주해 '도둑 신부'로 제목을 붙인 작품답게 소설 속에 담긴 선과 악이란 이분법적인 시각과 그 안에서 종교, 부부관계, 삼각관계라는 적절한 소재를 이용한 심리 변화를 흥미롭게 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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