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의 대가답게 이번엔 체스다.!
체스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번 작품을 접하면서 저자가 다룬 세계의 확대는 여전히 진행 중임을 다시 느껴본다.
미국과 호주에서 태어난 모니카와 니콜이란 두 여자아이의 판이하게 다른 점들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저자는 군중의 힘과 개인의 힘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승자로서 거듭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현시대적인 역사의 현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 듯하다.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일명 '오코 포비아를 갖고 있는 니콜 대 다른 사람에게 병적인 공포를 느끼며 홀로 독자적인 시간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하는 안트로 포비아를 가진 모니카란 두 인물의 성장사는 체스를 배우고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처음으로 체스 대회에서 만나면서 긴 인생의 인연이 시작된다.
서로 다른 기보를 갖는 패턴의 성격상 일개 졸병에 불과한 폰의 포진을 통해 저력을 발휘하는 점을 이용하는 니콜과 상반된 기보패턴을 유지하며 경쟁에 돌입한 두 소녀의 끈질긴 만남은 이후 노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역사의 중요한 현장에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런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신체 불구를 지니면서까지 그녀들은 서로에 대한 복수를 잊지 않는데, 과거의 굵직한 역사의 사건과 그 사건 현장에서 각기 자신들이 체스 기보를 바탕으로 한 현 정세를 바라다보며 계획을 세운다는 점이 신선했다.
군중의 힘을 믿는 니콜이 바라보는 거시적인 세계관, 개인의 힘을 믿는 미시적 세계관을 고집하는 모니카의 이런 대결은 체스를 넘어 세계 속 곳곳에 그들만의 세상을 통해 그려나간 진행은 일단 재밌게 다가온다.
동양에 바둑이 있다면 서양엔 체스가 있고 둘의 게임 룰은 다를지라도 게임에 임하는 자의 자세와 평면에 펼친 돌과 체스가 지닌 기능을 이용해 선점을 탈취한다는 점은 일말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는듯하다.
정치적인 면과 개인적인 복수가 어우러져 이들이 계획을 구상하고 전복하며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다시 해후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 속에서도 저자가 세계의 정치적인 흐름과 이에 어떤 방식으로 다가서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은 다수의 군중의 힘과 독단적인 개인의 힘을 통해 목적 달성을 이루는 방식을 두 여인의 상반된 모습을 통해 보인 내용들이라 흥미로웠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에드몽 웰스도 빼놓을 수없는 부분이고 (이순신 장군에 대한 부분도 인상 깊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 제목인 니그레도, 알베도, 키트리니타스, 루베도에 대한 설명 부분이 없어 왜 저자가 이 제목을 붙였는가에 대한 별도의 찾아보기를 해야만 하는 수고를 맞이해야 했단 점이다.
맞는지 모르겠으나 연금술에 관련된 용어로 보이며 소 제목이 의미하는 부분들은 두 여성들의 심리 변화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됐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종반부로 가면서 둘 사이의 연관된 마지막까지의 긴장감을 놓칠 수 없다는 데서 저자의 의도를 생각해 본다.
작품마다 신선한 매력이 조금 떨어져 간다고 생각되던 차에 이번 작품에서 다룬 체스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 여러분들은 군중의 힘과 개인의 힘 중 어떤 것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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